『며칠전 투고한 독잔데요. 제 글이 혹시 실리는지 알아 보려구
요….』 독자부엔 이런 전화가 자주 걸려온다. 『아, 그 글
요. ○일자에 내보낼 예정입니다』고 대답할 수 있으면 다행이다.
하지만 『보내주셔서 고맙습니다만은…』하고 진땀을 빼는 경우가
더 잦다.
「 여론광장」 지면에 비해 투고량(1일 평균 60여통)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하나같이 독자들의 정성이 가득 담긴 글들 중
게재 원고를 고르는 작업은 여간 고통스러운 게 아니다. 게다가 몹
시 조심스러워질 때가 있다. 각 기관이나 이익집단의 「의도적인」(?)
투고들을 접할 때이다.
한약사 시험문제를 둘러싸고 한-약 갈등이 한창 고조됐을땐 양
측 독자들의 경쟁적인 송고 때문에 팩스가 불이 날 지경이었다. 약
사회와 한의사회의 발표문을 거의 그대로 전재한 글을 보낸 이들도
있었다. 시중에 화제가 됐던 한약사 모의 시험문제는 각 언론사의
보도전 독자 투고로 먼저 들어왔다.
얼마전 북한의 대위가 미그기를 몰고 귀순했을 때 「군의
대응이 훌륭했다」는 취지의 글을 보냈던 독자는 모부대 홍보담당
장교였다. 『군의 활약상을 적극 홍보하기 위해서』라고 그는 밝혔
다. 『우리 경찰은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봉사하고 있다』
라는 내용도 단골메뉴중 하나다.
재벌의 입장을 항상 자상하게 「배려」하는 독자들도 있다. 재벌에
대해 비판적인 기사가 보도된 날에는 기사 내용을 반박하는 반론이
어김없이 몇통씩 접수된다.
대부분의 단체들은 『직원들에게 우리 입장을 적극적으로 홍보하
라는 말을 한다』고 한다. 각부처 공보실도 투고를 통해 「방침 홍보」
에 나서기는 마찬가지다. 『공기업의 직원인데, 투고가 보도되면 인
사고과에 반영이 된다』라는 독자도 있었다.
몇년전에 비해 이익집단의 이같은 「여론공세」는 눈에 띄게 늘었
다. 지난 5월 한달동안 이런 성격의 투고는 줄잡아 2백여통에 이른
다. 언로를 최대한 활용하려는 추세는 물론 바람직한 측면이 강하
다.건전한 여론이 형성되고, 그 여론에 따라 움직이는 게 민주사회
라고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와 있다.
다만 「목소리」가 크다고 꼭 진정한 여론은 아니라는 점을 독자
투고 담당 기자로서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