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가-혁명가로서의 면모만 벗겨내면 마르크스는 아직도 사회과학
의 학문성을 확보하는데 있어 1급의 사상가입니다. 그런데도 정작 연구
가 이뤄져야 할 지금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으려는 학문풍토가 아쉽습
니다.』.

마르크스사상을 재구성해 현대사회의 여러문제들을 조명한 「지배와
이성」(창작과 비평사)을 펴낸 황태연교수(41· 정치학). 그가 책
을 냈다는 사실 자체는 새삼스럽지 않다. 대학원시절 이미 20여권에 이
르는 철학, 사회학, 정치학분야의 명저들을 번역하면서 이미 「학구열」
을 보였기 때문이다. 저서도 「환경정치학과 현대정치사상」, 「포스트사
회론과 비판이론」 등 2권을 이미 낸 바 있다.

『그동안 마르크스주의는 모스크바로부터 직-간접의 통제를 받아왔습
니다. 이번에 마르크스책을 다시 읽으면서도 「이렇게 중요한 구절들이
왜 그동안 주목을 받지 못했을까」라는 생각을 수시로 했습니다. 당연히
현실정치노선으로부터 견제를 받은 때문입니다.』.

그 대표적인 경우로 황교수는 공산주의사회의 국가소유제를 들었다.
『마르크스가 희망했던 바람직한 소유관계는 「공동점유에 기초한 개인적
소유」였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공동소유」로 왜곡되고 종국에는 「국가
소유」로 이데올로기화됐습니다.』.

황교수는 『불과 몇년 전에 이런 주장을 했더라면 아마 운동권의 「이
론가」들이 가만 있지 않았을겁니다. 세상이 바뀐 것이죠』라고 씁쓸하게
웃었다.

그는 마르크스의 이론에 대해서도 일부 비판을 가한다. 『물론 마르
크스는 시대의 아들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다 요구하는 것이 무리입니
다. 하여튼 그는 현대사회의 두뇌노동이 갖는 성격을 정확하게 이론화
하지못한 단점이 보였습니다.』.

다음 저술계획에 대해 황교수는 『최근 사회과학에서 국경소멸-주권
국가쇠퇴 등 포스트모던 국가론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 거기에 담긴
문제점을 지적하는 책을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 이한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