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덟-여섯살 형제 한자-네자리계산 `술술' ///.

천재의 자질을 발하는 자녀를 키우면서 그 부모 심경은 어떨까.

최기순씨(41·L사 부장)는 한자를 써야할 때 언뜻 떠오르지 않으면
집으로 전화를 걸어 아들 승호(8)나 승녕(6)을 찾는다. 얼마전에도 부
하직원 출장길 여비 봉투를 준비하면서 「장도」의 한자가 금방 생각나
지 않았다. 전화를받은 승호는 즉시 『힘센 장사에 쓰는 장』이라며 「장
도」를 설명했다.

형제의 한자 속은 고사성어는 물론 조어까지 해낼만큼 기특하다. 한
번은 승녕이가 형에게 『부지형사』라는 뜻모를 말을 했다. 엄마 이진미
씨(37)가 물어봤더니 승녕이 자기를 괴롭히는 형에게 「아버지가 알면
형은 죽었어」라는 뜻으로 썼다고 했다.

승녕은 특히 숫자에 밝다. 유치원생이면서 벌써 네자리수 나눗셈을
척척 해낸다. 지구에서 태양까지 시속2백㎞ 기차로 85년, 시속 1천7백㎞
제트기로는 17년, 시속 5천5백㎞ 로케트는 3년,빛은 8분19초가 걸린다
는 말을 줄줄 외고다닌다. 전화번호도 두루 꿰고 있어 엄마의 수첩 구
실을 한다.

『큰애 승호가 생후 19개월을 넘기면서 남달리 비상하다는 것을 느
꼈습니다. 조금씩 말문이 틔는 것과 함께 글자까지 읽기 시작했거든요.』
이때부터 이씨는 승호의 끊임없는 질문 공세에 시달렸다. 만 3살 무렵
에는 영어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오줌」이나 「응가」가 영어로 뭐냐
고 묻기 시작하더니 『우리 아파트 「대림」은 D로 시작하는데 왜 대림전
철역에는 T로 돼있어요』라는 질문까지.

1천 한자는 4살때 떼었다. 길을 걷다가 보이는 한자간판마다 뜻을
물어 오는 승호에게 시달리다 못해 1천172자를 수록한 「국민학교 한자」
1∼5권을 구해줬더니 혼자 익혔다. 승녕도 23개월을 넘기면서부터 글
을 읽기 시작했다. 그 뒤로는 형제가 함께 여러가지를 익혔다.

최씨 부부는 가족들을 깜짝깜짝 놀래키는 형제 재주에 기쁘기도 하
지만 조심스럽고 걱정스러운 마음이 더 크다. 『사람들이 우리 아이들
에게 지나친 관심을 쏟고,그 부담때문에 있는 자질까지 망칠까봐 걱정』
이다. 과거 「IQ 200」이라며 세인들 관심을 끌었던 신동들이 성장해 기
대에 걸맞는 결과를 보여준 경우보다는 오히려 불행한 처지에 빠진 경
우를 더 많이 들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부부는 그래서 형제 IQ검사를
지금껏 한번도 해보지 않았다.

주변에서 특수교육기관에 보내 영재교육을 시켜보라고 권하는 것
도 모두 거절했다.

이진미씨는 『아직 우리 사회는 남다른 사람이 제 실력 발휘하며 성
장하기에 힘든 분위기 아니냐』며 『우리 부부는 아이들이 주변 기대에
얽매이지 않고, 정규 교육과정을 통해 자기들이 꿈꾸는 것을 차근차근
이뤄나가길 바랄뿐』이라고 말했다.

< 조중식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