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압도적 지지 바탕, 민주화등 영향력 행사 ###.
9일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68)의 즉위 50주년을 앞둔 태국은 축제분위
기다. 등 주요 도시에선 이날밤 수백만명이 참가하는 촛불축제가 벌
어지고, 낮에는 왕실 근위대 퍼레이드, 민속공연 등이 펼쳐질 예정이다.
그는 현존하는 전세계 군주중 가장 오랜 재임기록도 갖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의 축하는 입헌군주에 대한 요식적인 경의표시는 아니
다. 50년 재임기간중 15번의 개헌과 17차례의 쿠데타, 그리고 21명의 총
리가 교체되는 가운데 태국의 정치안정과 경제발전의 후견인을 맡아온 국
왕에대한 존경심과 감사가 어우러져있다. 국가 위기 때마다 조정역을 자
임해온 그는 「선의의 심판자」이자 「살아있는 제도」로 통한다. 「태국을 떠
받치는 가장 믿음직한 기둥」이라는 게 국민들의 공감대다.
태국의 운명과 동일시되는 그의 헌법상의 권한은 극도로 제한돼 있다.
형식상의 국가수반일뿐 입법안에 대한 비토권이 거의 전부다. 그러나 그
의 권위는 역대 정부를 압도해왔다. 국민들은 주권이 국왕에게 있다고 믿
고 있고, 정부도 그의 한마디를 거스르지 못한다.
그의 초법적 권위는 지난 92년5월 민주화 유혈시위 직후, 군부 지도자
수친다와 민주화 운동 지도자인 잠롱이 나란히 그의 앞에 무릎꿇고, 분부
를 기다리는 장면이 TV로 전국에 중계되면서 입증됐다. 당시 그의 부드러
운 몇마디는 집권 군부를 몰아내고, 총선을 실시하는 분수령이 됐다. 태
국정치가 군주화할수록, 태국은 민주화된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그는 군림하는 국왕이 아니다. 국민들에게 누구보다 친숙하다. 왕궁에
못자리를 만들어 농민을 초청하는가 하면, 수시로 농촌을 방문해 그들의
불만을 수렴한다. 올해초 국왕이 모친상을 당했을 때, 상당수의 국민들이
검은 옷을 입은채 1백일간 애도한 것도 그에 대한 국민들의 애정을 짐작
하게 한다. 반면 지난해 수해 당시에는 방송연설을 통해 정부의 수해대책
을 정면비판, 반한 총리와 각료들을 코너에 몰기도 했다. 물론 여기에는
수해방지를 위한 정책대안 제시가 뒤따랐다.
태국 정계와 재계 지도자들은 그의 권위를 빌리는데 주저함이 없다.권
력의 정통성은 물론, 사회적 지위 유지에 필수적이라고 믿기 때문이다.지
난 5월말 반한총리가 정부및 민간기업들로부터 거둔 4억바트(미화 1천6백
만달러)를 왕실의 자선사업 기금으로 내놓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물론 그의 권위는 처음부터 주어진 것은 아니다. 그가 즉위한 지난
46년은 사실 태국의 군주제가 가장 암울했던 시기였다. 군부가 절대군주
제를 철폐한지 14년이 지난 시점인데다, 군인들이 국정을 좌우하던 분위
기였다. 그속에서 그는 전통적인 왕실행사의 부활을 통해, 왕실의 입지를
조금씩 넓혀나갔다. 이후 57년 쿠데타의 주역인 사릿 타나랏트 장군이 집
권 정통성 확보를 위해 자신을 알현한 것을 계기로, 왕실의 정치적 상징
성을 복권시키는 데 성공했다.
태국 현대사의 안전판으로 추앙되는 그의 당면 문제는 건강. 그는 지
난해 두차례 수술을 받았다. 5월중 심장동맥 확장을 위한 풍선수술에 이
어, 반년후 수술 성공여부 확인을 위해 또다시 칼을 댔다. 그래서 조만간
미국서 건강진단을 받을 것이란 소문도 나돌고있다. 오는 10월말 엘리자
베스 영국여왕의 국빈방문에 앞서 건강을 체크하기 위해서란 설명이다.
그의 건강이 악화된다해도, 태국의 왕위 계승에는 어려움이 없다. 왕
세자인 왕실 근위대 장군인 마하 바지라롱콘(44)의 승계는 거의 기정사실
로 통한다.【=김성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