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대 국회는 21세기 국가 장래 생각해야 ###
### 현실-원칙 충돌할땐 과감히 원칙 택하길 ###
$$$ 생산적이고 열린국회 만들려고 노력했다 $$$.

황낙주전국회의장이 지난달 29일 국회의장직에서 물러났다. 원내부총
무,총무, 상임위원장, 국회부의장을 거쳐 의장에 올라 국회 요직은 모
두 거친 유일한 기록의 소유자이자 의회주의자를 자처해온 그로서는 감
회가 남다를 것 같다. 더 가질 국회직이 없으니 개인적으로는 아쉽기
도하겠고 정치적으로는 개원도 안된 국회를 떠나게 되니 발길이 무겁기
도 하겠다.정치부 김종래차장이 만나 보았다. .

-- 15대 국회 정상 개원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의장직을 물러나셨습니
다.소회가 남다르실텐데요.

『개원국회가 파행을 겪었던 것은 7대와 14대였습니다. 7대때는 부정
선거 시비로 임기개시일인 7월 1일을 석달 이나 넘겨 10월 5일에야 구
성됐고, 14대는 5월30일에 임기가 개시되었는데도 지방자치 선거문제로
10월2일에 가서야 원구성이 마무리됐습니다. 그런데 이번 15대는 국민
들의 기대가 다르고 시기적으로도 헌정사상 가장 중요한 때입니다.이렇
게 중요한 국회가 또다시 개원마저 불투명하다니…. 안타깝습니다.』.

-- 14대국회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잘했다고 생각하십니까. 또 아쉬웠
던 점이 있다면 무엇이었을까요.

『열린국회를 만드는데 일조했다고 자부해요. 의정사상 처음으로
열린음악회를 열었고, 동산에 1년 동안 여류작가 조각전시회를 열었어
요. 어린이 사생대회, 헌정사진전 등을 열어서 국민들이 국회를 친하게
느낄수 있도록 국회를 개방했습니다. 생산적인 국회, 일하는 국회가 될
수 있도록 여-야 만장일치로 국회법을 대폭 개정했구요. 비회기 중에도
상임위원회를 월 2회 열도록 한 것이나 본회의발언을 30분에서 15분 이
내로 줄이는 대신 4분 자유발언, 긴급현안 질문제도 등으로 많은 의원
이 발언할수 있도록 한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아쉬웠던 점은 의원들이
당리당략에따라 움직일 수 밖에 없었던 현실입니다.개원이 불투명한 것
도 근본 원인은 국회가 아니라 당에 있습니다. 』.

-- 생산적인 국회, 국민의 격려와 지원을 받는 국회를 만들수 있는 방
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민주주의는 「사람이 신이 아니다」라는 데서 출발했다고 합니다. 내
가 옳다고 생각하는 주장에도 오류가 있을 수 있고 상대방의 주장에도
잘못이 있을 수 있고 그러니 만나서 이야기 해보자, 이래야 되는 것입
니다. 또 민주주의에서 다수만 있으면 무엇이든지, 어떤 것이든 맘대로
할 수있다는 사고방식은 절대 금물입니다. 그런 사고방식이라면 선거가
끝나고 다수와 소수가 결정된 다음에는 국회가 존재할이유가 없어요.국
회가 있는 이유는 다수라도 소수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양보할 것은 해
가면서 국정을 운영해 나가기 위한 것입니다. 소수가 극한적인 방법을
쓰면서 「끝까지 반대하면 아무리 다수라도 뜻대로 할수 없겠지」라는 생
각도 안됩니다. 소수도 자신의 의견을 충분히 말하되, 결정에 있어서는
다수의 의견에 따르는 것이 의회 민주주의의 원리입니다. 누가 옳았는
가 하는 것은다음 선거에서 국민이 판단할 몫입니다.』.

-- 입법부 수장을 지낸 정치인으로서 우리 정치를 어떻게 보시는지요.

『정치가 국민의 아픔을 달래줘야 하는데 오히려 국민들이 정치를 걱
정하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현실을 원칙에 가깝도록 만드는것
이 정치인데 그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현실을 버리고 과
감하게 원칙을 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 정치는 이것이 안
되고 있어요.』.

-- 작년 6.27 지방선거전의 의장공관 사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
니까. 여권에서 비난의 목소리도 있었는데요.

『그때 기억은 하기도 싫어요. 새가 좌우의 두 날개로 날 듯이 정치와
국회도 여야가 함께 해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깊이 깨달아야 합니다. 국
회는 여당이나 야당의 것도 아니고, 바로 국민의 것입니다.』.

-- 15대 국회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21세기가 불과 4년 앞으로 다가와 있습니다. 20세기가 전쟁과 혁명
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평화와 안정과 번영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합
니다. 엄청난 변화와 거센 도전이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 변화와 도
전에 잘대응해야 합니다. 15대 국회는 21세기가 정말 평화와 안정과 번
영의 시대가 되도록 준비하고,세계경제의 무한경쟁 속에서 확실하게 선
진국에 진입하기 위해 국가경쟁력을 높여야 합니다. 새로운 민주주의의
비전을 제시하고 통일을 준비해야 하는 산적한 과제를 안고 있는 헌정
사상 가장 중요한 국회라고 봅니다.』.

-- 그러려면 의원당선자들은 어떻게 해야할까요?.

『의 애틀리 총리는 1948년 5월 2차대전 때 독일군의 폭격으로 무
너진 의사당 건물을 복구하고 가진 준공식에서 「의회는 건물이 아
니다.독일은 의사당만 파괴하면 의회를 없앨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오산이다. 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바로 의회이기 때문이다」라는 명연
설을 했습니다. 그의 말처럼 국회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국회의원
한사람 한사람이 바로 국회이고, 국회의 잘못은 바로 나의 잘못이라는
인식만 갖고있으면 됩니다.』.

-- 정부측에 대해서도 하고싶은 말이 있을텐데요.

『정부는 국회를 형식적으로 대하지 말고 진실한 마음으로 국민을 존
중하듯 국회를 존중해야 합니다. 국회는 행정부의 시녀도 통법부역할을
하는 곳도 아니예요.』.

-- 삼권분립의 현행 헌법 아래서 국회와 정당, 특히 나 대통령
과의 관계가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보십니까.

『국회의 생명인 독립성과 자주성을 지키는 일이 가장 중요합니다. 권
위주의 시절, 의회의 기능과 역할은 축소되었고 행정부의 영향력이 의
회를 사실상 제압했습니다. 그런데 그 잔재가 문민시대인 아직까지도
완전히 고쳐지지 않고 남아있습니다. 국회의 독립성과 자주성은 누가
가져다주는것이 아닙니다. 의원 스스로가 무조건적으로 따르는 자세를
버리고 자신의 소신을 지키려고 노력할 때, 비로소 헌법에 명시돼 있는
삼권분립의 원칙과 국회의 독립성도 지켜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당내 자유투표제를 막는 것은 보스정치, 중앙지시형 정치가 아닐까
요.

『중요한 것은 당내 민주주의입니다. 모든 문제를 당내에서 자유롭고
민주적인 토론을 통해 충분히 논의해야합니다. 보스의 지시에 일률적
으로 따르는 것은 문제가 있어요. 이를테면 비정치분야나 민생문제 등
과 관련해서는 소속의원들이 각자의 신념에 따라 투표할수 있도록 하는
것은 지금이라도 할 수 있어요.』.

-- 생산적 국회, 경쟁력 있는 국회가 되려면 가장시급히 개선되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14대 국회에서 국회법을 대폭 개정함으로써 생산적인 국회를 위한
제도적인 여건은 마련됐다고 봅니다. 그러나 제도가 아무리 잘돼있어도
이를 운영하는 정치인과 정당의 행태가 바뀌지 않으면 곤란합니다. 대
화와 토론문화가 정착돼야지요. 국회는 말하는 곳입니다. 말의 수준이
정치의 수준이고 말의 품위가 정치의 품위입니다.』.

-- 의회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법안실명제 도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입법활동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보장하고 의회의 입법기능을 활성화
하자는 취지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 의회정치를 위해선 정당중심의 정치가 아니라 정치의 중심이 국회
로 옮겨와야 한다는데.

『옳은 말입니다. 바로 이것이 해방후 반세기, 민주헌정의 역사 반세
기를 맞이하는 오늘의 한국정치가 바라봐야 할 좌표입니다.』.

-- 초선의원들에 대한 기대와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으시다면.

『다양한 분야에서 쌓은 경험과 식견을 발휘해 우리 국회에 참신한 바
람을 일으켜 주었으면 해요. 또 지난 선거 때 유권자를 대했듯이 겸손한
자세를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구정치,신정치가 따로 있는 것이 아
니니까요.』.

-- 국회의장의 당적이탈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견해를 갖고 있으신지요.

『당적이탈은 형식적 중립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미국의회도 의장은 당
적을 가지고 있어요. 당적이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질적 중립이 더
중요하지요.』.

-- 현재의 여-야 경색국면은 표면상 여당의 무소속 당선자 영입때문인
데 여기에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또 3금에 대해 할 얘기가 있으신지
요.

『정치에도 물리의 법칙이 있습니다.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있게 마
련이에요. 때문에 작용을 하기 전에 어떤 반작용이 있을지 신중하게 검
토한뒤 해야 합니다. 오늘날 국정을 책임지고있는 여-야의 정치지도자들
은 국가의 운명과 민족의 앞날에 대한 깊은 책임감과 역사적 소명의식을
가지고 의회민주주의를 말로만이 아니라 진실로 실천해야 합니다. 그래
야만 나라가 바로 설 수 있습니다.』.

-- 지난 정치생활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유신말 여당의 공작으로 당시 신민당의 총재가 총재직을 박탈
당했던 일, 곧이어 여당이 김총재의 의원직마저 박탈하여 제명시켰던 일,
80년5월에 계엄군이 국회정문을 탱크로 막았을 때 맨몸으로 등원을 시도
하다가 계엄군에 의해 수난을 당했던 일이 생각나는군요.』.

-- 돈안쓰는 선거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그러나 법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고 정치인, 유
권자, 당원 모두의 인식이 바뀌어야 하겠지요.』.

--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신지요.

『더 많은 책을 읽고 깊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까합니다.』.

-- 대권후보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면 어떤 것입니까.

『차기 대통령 재임기간은 그야말로 우리 나라와 민족의 운명을 좌우할
중차대한 시기입니다. 먼저 자신이 민족의 장래에대한 뚜렷한 비전을 갖
고 있는지 겸허하고 솔직하게 들여다봐야 할 것입니다. 아무나 나와선
안됩니다.』.

-- 후임 의장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을 해주시지요.

『민주주의는 국회에서 출발하고 의장은 그 국회를 대표하는 사람입니
다. 의회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 말만이 아닌 실천력과 같은 자질
을 갖춰야 할 것입니다. 아무쪼록 다음에 국회의장이 되시는 분은 우리
국회를 대화와 타협에 기초한 모범적인 회의체로 가꿔주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