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9시30분. 전국의 증권사 객장에 앉아있던 주식투자자들은
술렁대기 시작했다. 당연히 켜져야할 주식시세 전광판의 불빛은 완전히
꺼져있었다. 당황한 투자자들의 항의가 증권사와 로 빗발쳤다.
당장 주식을 처분하려는 사람들은 시기를 놓칠까봐 안달이었고, 선물
거래주문을 내려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아무런 통보도 없이 주식시장이
올스톱된데 터무니없다는 모습이었다. 주식-채권-선물시장 등은 완전히
마비됐다.
같은 시각. 국내 주식-채권-선물거래 전산망을 책임지는 에
는 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시스템이 갑작스레 작동중단된 원인
은 곧 밝혀졌다. 운영부 직원이 엉뚱한 데이터를 입력시켜 컴
퓨터가 고장났다는 것.
그러나 회의결과는 엉뚱하게 흘러갔다. 참석자들은 이 사실을 철저하
게 은폐하기로 결정했다. 주식투자자들이 손해를 보든 말든, 자금시장이
혼란에 빠지든 일단 덮어두고 사태가 잠잠해지기를 기다린 것이다.
회의가 끝난후 김경중 사장은 『사고원인은 조사중이며,현재
로는 원인을 알 수 없고 언제 원인을 밝혀낼지 모르겠다』고 공식 발표했
다.
은 증권사와 주식투자자들사이에 「사고전산」으로 불린다. 워
낙 전산장애가 자주 발생, 매매 중단이 거의 일상화된 탓이다.
지난 90년이후 발생한 사고는 총 51회. 거의 매달 1번꼴로
사고가 났다. 증권사나 주식투자자는 아예 전산사고 불감증에 걸려 웬만
한 사고에는 놀라지 않을 정도다.
사고가 발생해도 원인을 찾지못하고 얼렁뚱땅 넘어가는 일도 많다.
고작해야 『주문이 폭주해서…』 정도의 답변으로 때운다. 자체 기술진으
로는 문제를 해결하지못해 으로 건너가 자문을 구하기도 한다. 증권
전산이 지금까지 사고원인을 밝힌 적은 한차례도 없었다.
사고 발생 하루후인 29일 장용수 전무는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직원들의 정신교육을 강화하고, 사고를 낸 장본인을 엄중 문책하겠
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고원인을 알고도 이를 투자자에게 알리지않은 책임은 누구
에게 있는지 의문이다. 은 사고당일 오전 10시30분쯤 재정경제
원에 사고원인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정부당국의 눈치는 끊임없이 살피면서도 정작 서비스해야할 투
자자들은 안중에도 없었던 셈이다. 본말전도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 · 경제과학부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