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밀라노공연 절찬..."이렇게 아름다운 춤은 처음" ###.

충격적인 무대였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남녀 무용수들이
아슴푸레한 조명 아래서 승자도 패자도 없는 전쟁의 허망함을 온 몸으
로 연기해냈다. 목발 짚은 남자무용수(김남식)가 천천히 무대 정면으
로 몸을 돌려 중앙으로 삐걱거리듯 나아가자, 객석에서는 숨소리 하나
흘러 나오지 않았다. 남은 무용수들도 아주 자연스럽게 벗은 몸의 부
끄러움을 연기로 승화해냈다.

전쟁의 처연함, 너나 할것 없이 발가벗겨진 섬뜩한 현실이 파장을
타고 객석으로 전달되는 순간이었다. 거기 더이상 벗은 육체는 없었
다. 잘 다듬어진 무용수들의 아름다운 근육에 흐르는 조명, 그리고 잔
인하도록 철저히 무대에 바쳐진 예술혼이 서로 교차될 뿐이었다.

지난 15-16일(밤 9시) 밀라노의 유서깊은 카르카노 극장
에 초청된 김승근 댄스그룹의 50분짜리 대작 「전쟁」은 예술가와 관객
이 모두 강도높은 예술의 경지를 잘 소화해 낸 수준높은 무대였다. 지
난해 바로 이 극장에서 「솥」을 공연,기립박수와 함께 밀라노시 예술가
상을 받은 김승근댄스그룹은 올해 앙코르공연에서 보여준 파격적인 실
험에서도 기립박수를 이끌어내 한국 현대무용의 가능성을 다시한번 입
증했다.

대부분 현지인들로 채워진 객석의 반응은 뜨거웠다. 무
대장치를 전공한다는 알렉스 가르치아 양(25)은 감동을 억누르지 못하
고 막이 내리자 무대 뒤로 뛰어왔고, 초청자인 알도 마젤라 극장장은
내년 공연을 약속했다. 브레라국립예술대학에서 무대미술을 전공하는
김범수씨는 『다른 나라 현대무용단의 나체 공연을 두어번 감상한 적이
있었으나, 이렇게 아름다운 춤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서 「벗기기」가 어색하거나 천박하지 않았던 이유는 예
술적 표현을 담보로 한 타당성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동작의 자연스러
움과 타당성은 안무가 김승근씨(34)의 지향점이기도 하다. 모두 20대
미혼으로 남녀 각각 8명씩 16명으로 구성된 이 댄스그룹멤버들은 절반
이상이 국내 신인무용콩쿠르에서 금상, 대상을 휩쓴 실력꾼들이다. 한
단원은 『처음에는 순간적으로 만감이 스쳐갔지만, 「왜 벗느냐」에 대한
확신이 있어 곧 춤에 몰입할 수 있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전쟁」은 밀라노 공연이 초연이지만 김승근 댄스그룹은 이틀동안
「솥」 「가족」 「줄타기」 등 그동안의 대표작도 함께 공연했다. 이들은
밀라노 공연과 동일한 프로그램으로 오는 6월 8일(오후 4-7시) 문예회
관 대극장에서 귀국공연을 갖는다. 영화, 연극에 이어 무용에서의 표
현의 자유가 어디까지 허용되고 이해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