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만여명 방문, 필름 5백편 밤낮 상영...흥행작 사냥 열기 ###.

눈부신 지중해의 태양빛과 컴컴한 극장 스크린 위의 명화들. 전혀
대조적인 두가지 즐거움을 한데묶어 세계 최고의 시네마 축제로 부동의
명성을 누리는 제49회 칸영화제가 절정에 이르고 있다.

남불의 조그만 휴양도시 칸엔 지금 전 세계 영화계의 VIP들이 총집
합해 있다.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로버트 알트
만,첸 카이거, 트란 안훙 등 명감독들로부터 더스틴 호프만, 알 파치노,
공리등 동-서양 스타들, 그리고 전세계 영화판도를 좌우하는 제작자들….

할리우드 리포터지에 따르면 지난 9일 개막이래 4만명쯤의 사람과
5백편의 필름이 축제와 필름마켓 부문을 찾아왔다. 이 영화들이 12일간
뤼미에르 대극장등 공식 행사장과 주변의 크고작은 일반극장등 모두 37
개의 상영관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상영된다. 이 사이 전세계 216개
영화사에서 찾아온 2천2백여명의 「영화상인」들이 곳곳의 호텔에 마련된
영화사 부스를 누빈다. 기간중 칸을 취재하러 찾아온 전세계 기자들 중
등록된 인원만 1천798명이다.

한마디로 5월 중순의 칸은 2주일간 전세계 영화계의 「임시 수도」가
된다.

「영화제작국 이외의 다른 나라에선 개봉되지 않은」 최고의 영화를
엄선한 87편의 공식 축제 참여작품들은 그대로 향후 수년간 전세계 영
화의 화제의 중심에 놓일 작품이 된다.

남의 집에 양녀로 들어간 여성과어머니의 이야기를 눈물로 그린 마
이크리 감독의 「비밀과 거짓말」(Secrets and Lies), 병에 걸린 남자를
사랑하는 여성의 이야기를 가슴이 저리도록 감동스럽게 찍어낸 라스 폰
트리어 감독의 「브레이킹 더 웨이브스」 등이 벌써부터 비평가들의 높은
점수를 받으며 수상 후보작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칸 영화제의 산업적 위력을 만드는 필름 마켓의 관심은 어
떤 작품이 상을 받느냐에 있지는 않다. 3천명 가까운 영화 비즈니스맨
들은 가져온 필름을 좋은 조건에 팔거나, 일확천금할 흥행작이 될 필름
을 사냥하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다닌다. 공식 행사장인 팔레 데 페스
티벌보다 더중요한 진짜 현장은 노가 힐튼, 머제스틱, 칼튼 호텔등 3개
의 특급호텔에 마련된 수많은 영화사의 부스들이다.

그야말로 이것은 거대한 시장이다. 여기에 나온 「물건」(영화)이 5백
여편이나 되고 그 한개의 단가가 수만달러 이상인 점을 생각하면 모든
시장을 통틀어서 칸 영화제 필름 마켓만큼 엄청난 「매상고」의 거래가
이뤄지는 시장도 없을 것이다. 뉴라인 인터내셔널의 롤프 미트웨그 대
표는 『칸 영화제는 영화를 국제무대를 향해 발사하는 하나의 거대한 플
랫폼』이라고 말했다.

역사가 더 오랜 밀라노 영화마켓을 제치고 칸이 1등의 마켓이 된
것은 해변 휴양지가 갖는 좋은 입지 조건, 그리고 이를 적절히 활용한
행사 운영에 있다. 칸 영화제의 독특한 분위기중 하나는 특유의 「분위
기 띄우기」에있다. 마을 전체는 영화와 관련된 상징물들로 채워진다.하
다 못해 티셔츠 가게의 한구석에도 필름깡통과 영화촬영기를 소품으로
슬쩍놓는다. 이곳을 찾아온 사람들은 하루종일 눈을 뜨고 있는한 영화
를 상상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가 「사람 얼을 빼놓는, 좋은 의미의
사기극」이듯 행사들도 사람들의 호기심을 교묘하게 자극하는 독특한 형
식들이다.

14일 저녁 주행사장인 축제 궁전에서 있었던 조엘 코엔의 「파고」
(Fargo) 시사회장. 참석자들중 소수의 초청된 VIP들은 연미복 차림으로
성장을 하고 「엎드러지면 코닿을」 거리를 일부러 검은색 리무진으로 도
착해 운집한 시민과 보도진들의 열광적 환호의 대상이된다. 『알 파치노
가 막 도착했습니다.』 행사장의 스피커는실황을 생중계하며 분위기를
돋운다. 이보다 조금 앞선 시각 「레옹」의 배우 장 레노는 자신
이 출연한 영화제목을 딴 노가 힐튼 호텔의 「그랑블루」식당에서 팬들의
환호에 묻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