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오전 서울 중구 다동 동아생명 빌딩 19층 회의실. 중구
무교동과 을지로 일대 23개 대형 기업으로 구성된 「무교동 직장협의회」
가 각 기업 총무과장들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이 지역 업소를 대표
해 김옥환 무교동 상가번영회 회장도 자리를 함께 했다.

『지난 2월 가격환원 권고조치를 내린 7개 업소중 N면옥, H다방 등
4개 업소가 자율적으로 가격을 내렸습니다.』 협의회 채헌민 전회장이
그간의 경과를 보고했다. 업소측대표가 참가한 터라 박수는 치지 않았
지만 총무과장들은 매우 흡족한 표정이었다. 그동안 가격을 멋대로 올
리던 개인 서비스업체들에 대한 이른바 「넥타이부대들의 저항」이 성공
하는 순간이었다.

변화의 움직임은 그 다음 대목에서 더욱 확연해졌다. 『나머지 3개
목욕-미용업소는 인상전 요금이 다른 지역에 비해 매우 낮습니다. 따
라서 이들 업소의 가격인상은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수동적인 소비
자에서 벗어나 업소측과 문제를 함께 풀어 나가는 「소비자 주권」을 확
인하는 총무과장들의 얼굴엔 자신감이 넘쳤다.

이런 분위기는 단숨에 퍼져나가고 있다. 13일 안양시청 주변 15개
직장에서도 무교동 직장협의회의 이런 「개가」에 자극받아 「안양시 직
장협의회」를 결성했다. 이 협의회 역시 업소들이 요금인하에 불응할
경우 불매운동을 벌일 계획이라고한다. 직장인협의회가 확산되면서 소
비자의 힘을 실천하는 단결권이 점점 사회운동으로 번져나갈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인상되면 내려갈 줄 모르는 요금, 업소의 불친절한 서비스, 「다른
곳에 갈테면 가라」는 식의 배짱, 이 모든 횡포에 대해 무기력했던 소
비자…. 샐러리맨이라면 누구나 이런 짜증스런 기억과 체험을 갖고 있
다. 그렇지만 그동안 우리의 개인서비스업 시장엔 공급자의 목소리만
있었고, 소비자의 주장과 논리는 모래알처럼 분리돼 찾아보기 어려웠
다. 그 점에서 무교동 넥타이부대들의 이번 움직임은 얼핏 작아보이지
만 우리의 소비자운동에 큰 획을긋는 사건이 될게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