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들에게 납치됐다가 돌아온 여대생 유미는 기억을 잃은채 정신
병동에 입원한다. 담당의사인 이남희와 연구가인 이민재는 초능력
전문가인 최영의 도움으로 유미에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역행최면을
건다. 최면중의 유미는 병실에서 잠자고 있는 자신의 몸을 보고, 그 몸
에서 유체이탈을 통해 `제3의 자신'이 허공으로 떠오르는 것을 본다. 외
계인들은 유미를 그들의 별로 데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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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는 탄성을 질렀다. 밖으로 비처럼 쏟아지던 형형색색의 광
채가 멈췄다고 생각한 순간, 유미의 눈 앞에는 천국이 펼쳐져 있었다.
`아아... 아름다운 별....'
`유미, 이 아름다운 별은 지구의 삼천 배 크기....'.
숲과 산이 짙은 푸르름으로 빛나고 있었다. 숲과 들에는 꽃들이
지천으로 현란했다. 꽃의 모양과 색깔은 형용할 수 없이 아름다웠다.
유미는 꽃향기로 몽롱해지는 것 같았다.
하늘은 엷은 보라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 하늘 아래 허공에는 비
누방울같은 거대한 구체들이 둥둥 떠다녔다. 구체들은 어디선가 울려퍼
지는 천상의 음악에 실려 느리게 부유했다. 구체는 그들의 집이었다.
그들은 숲과 들에서, 지냇가에서, 그들의 집에서 천상의 음악에 몸
을 맡긴채 향유를 바르고 있었다. 향유를 다 바른 자들은 꽃의 향과 꿀
로 담근 음료와 술, 넥타와 앰브로시아를 마시고 먹었다.
그들은 어떤 파동에 몸을 실어 그들이 가고자 하는 곳으로 이동했다.
`유미, 저 비누방울같은 아름다운 허공의 집은... 수억년 전 자연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우리의 먼 선조들이 공중에 지은 것이다....'.
`당신들은 아무 일도 하지 않는군요?'.
`우리가 창조한 존재가 우리들의 모든 노동을 대신 해준다. 그 존재
는 지구인들이 생각하는 생물로봇과 비슷하다...'.
`천국....'.
`이 별이 처음부터 천국이었던 것은 아니다... 이 천국은 우리의 선
조와 우리가 오랫동안 만들고 가꿔온 것이다... 죄와 악을 저지르는 자
도 없다... 그러므로 경찰과 감옥도 없다... 전쟁도 없다... 그러므로
군대도 없다....'.
`그런데 당신들은 왜 말대신 텔레파시로 의사전달을 하나요?'.
`우리에게도 언어가 있었다... 그 언어는 고대의 지구인들이 사용하
던 언어와 비슷하다... 그러나 이 별에도 지구인들처럼 바벨탑을 쌓으려
는 존재가 있었다... 현명한 우리의 선조들은 그 이후로 언어를 금지시
켰다.... 아주 오래 전의 일...'.
`바벨탑...'.
`우리의 평균수명은 일만세... 지구인들이 말하는 유전공학을 통해
영원한 젊음과 영원한 삶을 누릴 수도 있다... 성은 있지만 결혼제도는
없다... 성은 자유롭다... 질투도 없다... 지식이 필요한 자는 지식의
나무에서 열리는 과일의 즙을 대뇌피질에 이식시킨다... 이것이 우리의
세계다....'.
유미는 그들의 세계를 저절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들의 음악, 그들
의 집, 그들의 모든 것을 저절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들은 왜 나를 자신들의 별로 데려왔을까. 나에게 무슨 짓
을 하려는 것일까. 유미는 아직도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