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식 사회시장 경제모델의 장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최근 독일에서 헬무트 콜 총리의 집권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사회보
장제도 개혁을 둘러싼 갈등으로 노-사-정간의 합의와 조화에 기초한 독일
식 경제모델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발단은 지난 4월말 콜 총리가 발표한 「성장과 고용을 위한 프로그
램」. 97년에 7백억 마르크(35조7천억원)에 달하는 공공지출액을 삭감하
고, 사회보장 혜택을 축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7백억 마르크에 달하는 지출 삭감액은 독일 국내총생산(GDP)의 2%
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다. 그러나 더욱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이
같은 삭감액보다는 콜 총리의 개혁 추진 방식이다.

콜 총리는 노-사-정 3자 회담에서 노조 대표가 정부의 복지제도 개
혁안에 반발, 회담장을 박차고 나갔음에도 이를 전격적으로 발표한뒤 원
안대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래 독일 경제부흥의 배경이었던 「합의의 전
통」에 대한 일탈로 간주되고 있다. 마거릿 대처식의 「대결 구도」로까
지 진행된 것은 아니지만 사회적조화를 골격으로 하는 독일식 경제모델에
균열이 생기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콜 총리의 집권여당이 전례없이 위험을 무릅쓰고 복지국가 체제의
개혁에 나서고 있는 것은 우선 마스트리히트 조약에 규정된 유럽 통화통
합의 전제조건 때문이다.

사회보장성 지출을 중심으로 연간 1천5백억∼1천8백억 마르크(71조∼
92조원)에 달하는 정부 보조금 지출을 줄이지 않고는 재정적자 규모를
GDP의 3%이내로 억제해야 한다는 통화통합 조건을 달성할 수 없다.

그러나 좀더 근본적인 배경은 독일식 경제모델이 국제 경쟁력을 상
실했다는 점이다. 지난 79년이래 독일의 산업 생산성 증가율은 선진국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지난해 회복기미를 나타냈던 경제성장률이 올해는 다시 0.75%
수준으로 주저않을 전망이며, 실업자수가 사상 처음으로 4백만명을 넘어
서는 등 독일 경제가 과도한 복지혜택의 후유증으로 활력을 잃고 있는 상
황이다.

그러나 콜 총리가 이같은 야심적인 계획을 원안 그대로 실천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우선 노조와 사민당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집권 여당내부에서도 일부 의원들이 동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계의 지지를 받고는 있지만 독일식 경제체제에 대한 전면적인
개혁을 시도하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큰 편이다.

콜 총리의 독일이 합의의 전통을 살리면서도 21세기에 대비한 개혁
에 착수할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또다시 주저앉고 말 것인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