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일로 예정된 2002년 월드컵 개최지 결정투표일이 하루하루 다가
오고 있다. 예상된 일이긴 하지만 국내 일부에서 「6월1일이후」를 우려하
는 목소리들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우리나라가 에 이겨 개최
지로 선정되면 좋겠지만, 만약 질 경우 「정말 큰 일」이라는 것이다.
정치권이 이런 걱정을 많이 하고 있고, 정부 부처에선 앞으로의 한-
일관계를 우려하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그런 곳에서 패배주의적 공동
개최 발언이 튀어나와 현장에서 뛰는 사람들을 어처구니없게 만들기도
했다. 모두들 「지면 엄청난 국민적 충격이 올 것」이라는 생각에 사로 잡
혀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엄청난 충격」이란 무엇이며, 그것은
정말로 불가피한 것일까.
94년 미국월드컵 아시아예선에서 한국을 꺾은 은 만 잡으
면 한국을 제치고 숙원의 월드컵무대로 나갈 수 있었다. 「월드컵에 한번
도 나가지 못한 」이라는 한국의 아픈 공격을 일거에 부술 수도 있었
다. 그러나 은 경기종료 수초전 에 동점골을 허용, 한국에 월
드컵 티켓을 빼앗기고 말았다. 축구로선 통한이란 표현으로도 부족
할 일대 재난이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그날 경기장에서 대성통곡했던 응원단은
다음날 아침 공항에서 한국선수단과 마주쳤다. 그들은 정중하게 박수를
치며 한국의 월드컵 진출을 축하해 주었다. 만약 경우가 바뀌었다면 우
리는 어떤모습이었을까. 지난 3월 열렸던 축구 아시아 예
선때도 마찬가지였다. 한 일전은 월드컵 유치전의 자존심이 걸린 경기.
그러나 이 중요한 경기에서 패한 선수들은 인터뷰를 요청하는 한국
기자들에게 생글생글 웃는 얼굴이었다. 「나라에 중죄를 지은 죄인」의 모
습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 경우도 만약 입장이 바뀌었다면 어
떻게 됐을까.
문제가 불거져 국내에서 연일 규탄 시위가 벌어졌을 때, 미
국의 한 유력지는 을 「성숙한 거인」으로, 한국은 「분노한 소국」으로
표현했었다. 억울하지만 많은 세계인이 그런 눈으로 한-일 양국을 보았
다. 6월1일의 승부가 어떻게 결론나든, 한동안 세계의 매스컴은 한국과
을 주시하게 돼있다. 우리는 다시 한번 분노하는 소국으로 전락할지,
아니면 성숙한 거인으로 평가받을지의 기로에 서게 된다.
최근 월드컵유치위의 한 고위관계자가 「6월1일 이후」를 언급했
다. 그는 『누가 이기든, 지는 나라는 월드컵 유치국을 전폭적으로 지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이겼을 때, 그의 말이 진심이었는지는 바
로 입증된다.
우리가 진다면? 『아시아축구의 발전과 아시아의 단결을 위해 한국은
월드컵의 성공에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깨끗하게 승복하는 한국인
의 모습을 세계에 보여 주어야한다. 그것이 바로 극일하는 자세이기때문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