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대표위원은 주어진 현실과 필요에 따라서 자
유자재로 그 모양새를 달리하는 `흐르는 물'을 연상케 한다.
60이 넘도록 학문과 관료세계에 몸담아오다 하루아침에 집권당 대
표위원에 오른 사실이 웅변하듯 이대표는 `가능성'이 풍부하고 `적응력'
또한 남다르다.
가장 비정치적인 듯하면서도 누구보다도 정치적으로 보이는 그에게
서는 전형적인 `미국식 실용주의자'의 단면이 느껴지기도 한다.
부유층 자제로 비교적 순탄한 성장과정을 거친 덕인지 그는 협상이
든 논쟁이든, 또 상대가 누구이든 `완승'을 원치않는 `현실주의자'의 면
모도 갖고 있다.
`적이 없다'는 평에서 나타나듯 늘 미소짓는 부드러운 외모와 편안
함을 주는 원만한 성품, 탁월한 화술이 역설적으로 그를 현실정치의 길로
이끄는 것같다.
여기에 해박한 국제지식과 행정능력이 실무차원에서 그를 든든히
떠받치고 있다.
그는 서울출신으로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전형적 서울 양반
기질을 대표하고 있다.
경기고를 졸업하고 에 입학했으나 법학보다는 정치학 강의
를 수강, 젊었을 때에는 정치적 기질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미에모리대학에서 정치학을 배우던중 페결핵에 걸려 장기간
병원에 입원,투병하면서 중용과 비대결 철학을 취했다고 한다.
귀국후 정치학과 교수로 정치사상사를 강의하면서 교
수와 치열한 경쟁을 벌였는데 노교수는 직선적 성격과 열정적 강의로, 이
교수는 굴신력이 풍부하고 조용한 성품으로 극히 대조적인 풍모를 보인
것으로 후학들은 기억하고 있다.
노교수가 교수재임중 야당당수였던 이철승씨와 5공때 민정당
대표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온데 반해 이교수는 노대표는 물론
씨 등과 두루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정권재창출이라는 대사를 앞두고서도 대통령이 그를 `관리형
대표'로 선뜻 발탁한 것도 그의 이런 내유외유한 측면을 평가했기 때문
으로 보인다.
2002년 월드컵유치 활동을 펴고 지난 3일 귀국회견에서
대표직 수락의사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그의 `진면모'를 가감없이
드러냈다.
이대표는 "제가 입당한 것도 그렇고 어떤 자리에서 일한다는 생각
은 하지 않고있고 특별한 방침도 없다"며 "뭐는 하고 뭐는 안한다는 생각
은 안하며 봉사할 자리가 있으면 웬만하면 하겠다"고 말했다.
학자와 관료, 정치인의 경계를 `너무나 자연스럽게' 넘나드는 이대
표의 이같은 뛰어난 처신에 대해 `양지'만을 좇고 맺고 끊음이 분명치 않
은 인물이 아니냐는 시각도 엄존하고 있다.
관료시절 "정치는 체질이 맞지 않는다"는 말을 자주하곤 했던 그가
현실정치의 `핵심중 핵심'이라고 할만한 집권여당의 대표로서 앞으로 어
떤행보를 보여줄지 벌써부터 자못 관심을 끈다.
34년 5월9일 생인 그는 재혼한 부인 박한옥여사(48)와 1남1녀를 두
고있다. 취미는 등산과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