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열린 12.12와 5.18사건 7차공판이 끝날 무렵, 다음 공판일정을
둘러싸고 과 변호인단, 재판부 사이에 「장내외」 신경전이 벌어졌다.
먼저 과 변호인단의 법정안 신경전. 석진강변호사는 『18만여 페
이지의 기록을 1장에 30초씩 하루 10시간을 본다해도 꼬박 네달반이 걸린
다』며 다음 기일을 여유있게 지정해 줄 것을 재판부에 요구했다. 측
의 김상희주임검사는 발언권을 얻어 『그런 사정 때문에 이 사전에 기
록을 넘겨줬다』며 『국민여론 등을 감안, 신속재판을 위해 다음주인 13일
에 8차 공판을 열어달라』고 반격했다.
김영일재판장은 『신문과정에서도 피고인측의 변호가 많이 이루어
졌다』며 『다음주 월요일(13일)만을 건너뛴 20일에 재판을 속행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이양우변호사는 다시 발언기회를 얻어 『신속한 재판보다 실체적
진실규명이 더 중요하다』며 『재판 시작 이후 본 변호사의 체중이 5㎏이
줄정도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20일에 변호인 반대신문을 시작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빨라야 27일로 연기해달라는 요청이
었다.
하지만 김재판장의 결정은 번복되지 않은채 7차 공판이 끝났다. 이어
장외에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변호인단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누구랄
것도 없이 『인민재판도 이렇게 하지는 않아.』 『하다 안되면 나자빠지는
거지.』 『일반 절도범 재판을 해도 변호인에게 2주의 여유는 주는데….』
『이건 완전히 기습당한 거야.』 등 「여과되지 않은」 발언이 법정을 나서는
변호인단의 입에서 쏟아져나왔다.
이양우변호사는 『이런 재판을 해야 하는지 회의가 든다』고도 말했다.
이변호사는 『변호인 반대신문은 신문보다 「상당히」 길어질 것』이라
는 각오를 보이며 『받아 들여지지는 않겠지만 일단 기일연기 신청을 내겠
다』고 말한 후 승용차에 올랐다.
한편 재판이 시작된후 처음으로 이날 김재판장의 「가시돋친 농담」이
선보였다. 오후 7시25분. 전상석변호사는 이 제시한 메모를 재판부가
압수해줄 것을 요청했다. 메모내용은 황영시피고인이 80년 당시 전교사부
사령관인 김기석씨에게 전차 투입 등을 지시, 김씨가 전화를 받으며 적었
다는 것. 신군부측의 강경진압 지시를 증빙할 수 있는 자료인 셈이다.
전씨 변호인들은 이 이 메모를 법정에서 들이대면서도 압수하지
않은 것을 비꼬듯 이날 재판부에 「압수」를 요청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김재판장은 웃음을띈 채 『압수해서 (전씨측)유죄증거로 꼭 써달라는 것입
니까』라고 받아넘겼다. 변호인측은 이 「증거」로 압수되지도 않은 문
건을 재판정에서 들이대며 추궁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점을 부각시키려 했
지만 만약 이 문서가 「증거물」로 압수되면 전씨에겐 매우 불리한 증거로
작용할 수도 있었다는 점을 재판장이 상기시킨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