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초기부터 5백여년간 이어지다 일제때 명맥이 끊긴 유림의
명부인 청금록이 되살아난다. 성균관은 창립 6백주년 기념사업의 하나
로 전국 유림의 인적사항을 총정리한 유안대장인 청금록 발간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까지 청금록명부에 올려달라고 신청서를 낸 사람은 3천여명.

태종 11년(1411년) 처음 만들어진 청금록은 푸른 동전이 달린 옷을
입고 양현재에서 학문을 닦던 유생들의 인적사항을 기록한 명부. 조선
시대에는 생원과 진사시험 이상 급제한 사람들의 이름과 관직이 등재됐
으며, 매년 증보판을 냈다.

청금록은 또 성균관뿐 아니라 지방의 향교에도 비치돼 있었다.

그러나 조선말기에 격렬한 항일 무장투쟁을 벌였던 유림들을 색출
하고자 혈안이 되었던 일제가 조선을 식민지로 만든 뒤인 1919년 청금록
을 보고 유림과 그 자손들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가문의 영예였던 청금록이 신변을 위협하는 끔찍한 살생부로 변하
자 유림들은 우국지사를 보호하기 위해 성균관과 지방 향교에 보관하고
있던 청금록을 불살라버렸다.

이에 따라 청금록은 당시에 오지였던 경남 합천과 전남 해남등 극
소수의 향교 몇 군데서 보존하고 있던 것 뿐이다. 광복후 청금록 재발
간 필요성이 제기되긴 했으나 이를 추진할만한 기구가 없어 차일피일 미
루다가 작년에 「청금록 편찬위원회」를 발족, 현재 청금록을 만들기 위한
전단계로 신청서를 받고 있는 중이다.

청금록에 이름이 오르려면 향교의 전교, 유도회회장, 종중회장의
추천을 받아야만 하며, 학문적인 소양보다는 인품이 더 중시된다.

조선시대와 달리 여자도 신청할 수 있다.

신청하고자 하는 사람은 온라인으로 10만원의 헌성금만 내면 된다.

청금록 편찬위원회의 강동숙(62) 간사장은 『청금록에 실린인사중에
서 인품과 학식이 출중한 분을 뽑아 앞으로 설립될 「유교 교육원」과 향교
에서 교육을 담당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간사장은 『6월 말까지 신청을 받는데 최소한 2만명 이상이 신청
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