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안돼... 이 난쟁이들... 침대.... 건드리지마...".

외계의 난쟁이들에게 납치돼 안에서 성폭행을 당하고, 하혈을 하
며 유령처럼 돌아온 여대생 유미는 사흘을 내리 잤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아무리 흔들어 깨워도 유미는 일어날 줄을 몰랐다.
유미는 자면서 식은 땀을 많이 흘렸다. 무엇보다도, 악몽을 꾸는지 잠
꼬대를 무섭게 해댔다.

"아악! 이 난쟁이 코끼리들... 싫어요! 너무 추워... 아기들...
푸른 색... 예뻐... 아냐 징그러워... 이 나쁜 놈, 제발 침대 좀 치
워... 아, 축축해... 손 치워! 침대... 이 괴물! 나쁜 놈! 이건, 이
건 정말 안돼!".

도무지 해독할 수 없는 잠꼬대였다. 유미의 부모는 난감했다. 침대
나 아기라는 말은 그나마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으나, 난쟁이는 뭐고 코
끼리는 또 뭔가. 푸른 색은 또 무슨 얘긴지.

게다가 유미는 비명을 끊임없이 질러댔다. 두 다리를 모아 접으며 두
손으로 방어하는 몸짓을 하기도 했다. 그 광경을 지켜봐야 하는 어머
니의 가슴은 천 갈래 만 갈래 찢어졌다. 어머니가 차마 볼 수 없는 광
경을 본 것은 유미가 잠에서 깨어나기 직전이었다.

유미는 신음하고, 몸부림치고, 기성을 질렀다. 마른 입술을 자신의
혀로 탐욕스레 핥기도 했다. 묘한 미소를 흘리다가, 환희에 가득차 한
숨을 내쉬기도 했다.

나중에는 온몸을 뒤트는 것으로도 부족해서, 엉덩이와 허리를 위아래
도 흔들어댔다.

그것은 바로 사랑하는 남자를 받아들이는 여인의 몸짓이었다. 스무
살 딸은 그렇게 어머니에게 지옥을 보여주고 있었다.

딸이 시체처럼 누워 사흘을 내리 자는동안,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집까지 왕진 온 의사는 몇가지 검사를 해보곤 "좀 탈진하기는 했지만
걱정할 것 없다"고 진단했다. 의사는 "우선 푹 자게 한 뒤 잠에서 깨면
다시 연락을 하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왔다. 그 의사가 미심쩍어 다른
의사를 불렀지만 그 역시 마찬가지 의견이었다.

어머니는 딸을 위해 기도했고, 아버지는 경찰서에 냈던 딸의 실종신
고를 철회했다. 아버지는 딸을 납치해 일주일이나 희롱하다 되돌려보낸
놈들을 잡아달라는 말을 형사에게 할까말까 오랫동안 망설이다 결국 이
밖에 내지않기로 했다.

"목 말라...".

잠에서 깨어난 유미가 어머니에게 맨처음 한 말이었다. 기운없는 목
소리였지만 어머니는 잠에서 깨어난 딸이 반가울 뿐이었다.

"그래, 정신좀 드니?".

"정신이요? 내가 늦잠을 잤나...".

"아가야, 괜찮다. 아무 걱정 말아라. 엄마도 있고 아빠도 있으니
너는 아무 걱정 할것 없다".

"엄만... 무슨 갑자기 아가예요...".

"유미야?".

유미의 어머니는 길고 긴 잠에서 이윽고 깨어난 딸이 아무 것도 기억
하지 못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지난 일주일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
억을 잃어버린 유미는 몇가지 이상한 증세를 보였다.

어머니가 끊여온 미음그릇을 보더니 깜짝놀라 손으로 쳐서 깨뜨려 버
렸다. 천장에 걸려있는 둥근 형광등을 보고도 깜짝 놀랐다. 물을 마시
겠다고 냉장고 문을 열더니, 소리소리 지르며 냉장고 안에 있던 계란을
바닥에 내팽개치기도 했다.

그 뿐 아니었다. 푸른 색에도 이상한 반응을 보였으며, 젓가락, 바
늘,가위, 칫솔 따위의 뽀족하게 생긴 물건에도 두려움을 느끼는 것 같았
다. 그런 증세 말고는 대체적으로 정상이었다.

"여보, 병원에 한번 가봅시다".

며칠 뒤 유미의 아버지는 망설이다 아내에게 말했고, 유미의 어머니
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남편이 원을 말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