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19일 잇따라 대통령을 만난 국민회의, 자
민련총재는 성과를 묻는 물음에 똑같은 대답을 했다. 『만났다는데 의미
가 있다』는 것이다. 두 사람 다 이번 회동의 의미를 대화정치의 복원
그 자체에 두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두 사람은 또 대선자금, 선
거부정사범 처리 등에 목소리를 높였다는 점에서도 일치한다.
하지만 공통점은 여기서 그친다. 총재는 김 대통령과 과거
민주화투쟁시절을 회상했다고 한다. 오랜 경쟁과 협력의 관계를 지적하
기도 했다.
반면 총재는 얼마 전까지 당을 함께 하던 5년간의 시절을 되
돌아 보았다고 한다.
김 대통령과 공유했던 역사가 극으로 엇갈리는 두 사람이므로 이는
너무나 당연해 보이지만, 바로 이 점에서 이틀간의 회담은 미묘한 차이
를 보여주고 있다.
김 대통령은 총재를 만나 『오랜만이오』이라고 인사했다. 피
차 「자네」 「당신」이란 호칭까지 오갔다고 한다. 반면 김 대통령은 김종
필총재를 만나 『오랜만입니다』라고 말했다. 김 총재도 회담후 김 대통
령을 칭하면서 줄곧 「뵈옵고」 「말씀듣고」 「말씀드리고」란 극존칭을 썼
다.
두 사람은 회동에서 얻고자 하는 것이 다소 달랐다는 느낌이다. 김
대중 총재는 김 대통령과 대결하지만, 동지적이었던 관계도 회복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듯하다. 그가 회동 후 김 대통령이 자신에 품
고있던 두 가지오해가 풀렸다고 강조한 것이나, 두 사람간의 경쟁과 협
력의 관계가 유종의 미를 거두게 하자고 제의했고, 김 대통령도 동의했
다고 소개한 부분이 이를 시사한다. 마지막 대권승부를 앞두고 당장의
현안 해결보다는 김 대통령과의 관계개선에 신경을 쓴 느낌을 주고 있
는 것이다.
총재도 상하관계로 있었던 김 대통령과의 5년간의 동거기간
을 거론하면서 「일종의 향수가 있는 분위기」 「지난날의 인과가 따뜻하
게 남아있다고 느꼈다」는 등의 표현을 썼다. 또 회담 마지막에는 『자민
련을 너무 고통스럽게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고도 소개했다. 하지
만 그는 선거사범 처리와 관련, 당에서 수집한 여당측 후보들의 문제자
료들을 제시할 만큼, 현안의 해결에도 비중을 두었다. 총재와는
달리, 제 2야당총재로서 대통령과의 새로운 관계를 정립하겠다는 의사
로 보인다.
양 김총재는 또 대북정책에 있어서도 서로 다른 주문을 했다. 김대
중 총재는 보다 유연한 접근을 역설한 반면, 총재는 평화협정
협상과 관련해 경계해야할 대목을 더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두 사람의 보다 깊은 관심은 김 대통령이 자신의 노선과 향후
정국운영 구상에 가까이 다가올 수 있는지를 점검하는 일이었을 것이다.
이 점에서 두 사람이 각기 내심으로 매기는 만족도가 어느 정도인지는
좀더 시간이 흐른 뒤 나타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