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한 선거를 한번 해보려 했는데…. 다시는 이 판으로 돌아오
고 싶지 않습니다.』 소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무려 4백만부 이상
찍어낸 작가 김진명씨(39). 이번 총선에 국민회의 공천을 받아 서울 송파
을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그는 13일 「소설처럼 되지 않는 현실」에 대한 짙
은 회의를 담담하게 털어놨다.

선거법 준수, 부정한 돈 안쓰기, 상대후보 비방않기. 그는 선거
에 나서면서 세가지 원칙을 세웠다고 했다. 자신만이라도 「이상적인 선
거운동」을 하기로 굳게 결심했다는 것. 그러나 선거판은 생각보다 훨씬
견디기 어려웠다.

『「입법부」를 구성하는 선거였지만 선거판은 「불법」의 천지였습니다.
지켜지지 않는 선거법, 은밀한 금품살포, 극성스런 상대후보 비방, 이루
열거할 수 조차 없습니다.』.

그는 『후보들도 문제였지만 유권자들도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가장 낙심했을 때는 「살만한」 아파트단지 주부들을 만나게 해주는
조건으로 부녀회장들이 손을 내밀었을 때.

『모두 그런 것도 아니고 그리 큰 돈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더군요.
거절하니까 자존심 상한 얼굴로 돌아가는데, 표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립
디다.』.

돈을 쓰지 않으려는 데 대해 운동원들은 물론 아내(원유경·38)까
지 이해못하겠다는 반응을 나타냈다고 했다. 과거 에 빼앗긴 우리
문화재를 되찾아오는 일에 「의원직」이 효과적일 것 같아 선거판에 뛰어들
었다는 그는 유세기간 내내 「문화재 환수」를 강조했다.

어느 정도 자신도 있었으나 결과는 4천여표차 낙선. 『상대후보가
잘했기 때문이지요. 진심으로 축하합니다.』개표가 끝난 12일, 당원 30여
명과 처음으로 식사를 같이 했다. 창당대회때부터 선거법에 어긋난다
며 밥도 한끼 못먹였던 한 식구들이었다.

『모두 「우리가 이긴 것이나 다름 없다」고 했습니다. 비록 숫자로
는 졌지만, 표 하나하나에 담긴 애정의 농도는 누구의 표보다 훨씬 진하
다고 생각하고 간직하려고 합니다. 이제부터 선거운동에 임하기 전에
세웠던 원칙이 그대로 지켜졌는지 점검해 보려고 합니다.』 그는 『무엇보
다 선거구조가 잘못돼 있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했다.

후보들이 돈을 뿌리는 것은 자신을 알리기 위한 것인데 유권자와의
접촉을 제한하니 돈을 쓸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따라서 후보들끼리 지역문제와자신의 정견을 두고 활발하게
토론회를 하고 이를 유권자들이 볼 수 있도록 하면 구태여 청중을 동원해
야 하는 합동연설회도, 자신을 알리기 위한 금품살포도 없어질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김씨는 지금 세번째 소설을 준비중이다. 그는 『선거판에서 느낀
「세상」을 소설에 녹여 담아보려고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