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합선거법 모든후보다 범법자화...적용도 무원칙 ###
### 여론조사 적극활용, 과학적 선거 실현 ###
### 연설회 참석 청중 급감...유권자 무관심 두드러져 ###.

15대 총선의 열전 16일이 지나고 심판의 날이 밝았다. 이번 선
거는 초반에 장학로비리사건이 터져 「장풍」이 휩쓸더니 후반에 북한의
DMZ(비무장지대) 불인정 사태로 「북풍」이 불어닥쳤다. 지역주의는 여전
히 기승을 부렸고, 금품-타락양상도 보였다. 통합선거법의 맹점도 드러
났다. 16일간 현장을 누빈 취재기자들의 이야기를 묶는다. .


--이번 총선은 지역을 점거한 봉건 영주들간의 싸움으로 볼 수 있습
니다. 선거전이 대선 전초전의 양상을 띠었기 때문입니다. 대권싸움
이 언제까지 유권자들의 후보선택권을 왜곡시킬 것인지 걱정입니다.

--그러나 이번 총선은 30대 모래시계 세대가 홍보-기획의 전면에 나
선 탓에 지방자치선거보다 과학적이고, 기발한 아이디어가 많이 등장한
「이미지싸움」, 「젊은층 겨냥한 호소전」의 양태를 띠었습니다. 첨단 통
신장비는 물론, 캐리커처나 캐릭터를 사용하는 등 다양해졌습니다.

--로고송이 법으로 금지됐음에도 거의 전 후보가 사용할 정도였습니
다. 가요를 개사한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특히 「는 우리땅」, 「찬찬
찬」 「굳세어라 금순아」, 「흥보가 기가막혀」 등이 대표곡이었습니다.

--개인유세가 처음 허용됨에 따라 후보자가 유권자를 일일이 찾아다
니는 「유권자 위주」의 선거운동방식이 시작됐습니다. 유세차량도 대당
1∼2억원짜리 호화판부터 1.5t짜리 트럭을 개조한것까지 다양했습니다.

--후보들이 여론조사를 많이한 선거였습니다. 후보들이 투자를 아끼
지 않고 선거기획사에 의뢰, 수차례 여론조사하면서 선거 전략을 짰습니
다. 거물뿐 아니라 정치신인들도 많았습니다.덕분에 여론조사기관이 큰
재미를 보았습니다.

--그러나 선거운동 내용을 보면 6.27 지방선거에서 엿보인 깨끗한
선거 정착 가능성이 사라지고,지역주의와 금품-흑색선전-비방 등이 판친
혼탁선거로 되돌아갔습니다. 특히 지역주의는 이제 변수가 아닌 상수로
자리잡았습니다. 대구-경북지역의 이른바 「TK정서」라는 것도 일종의 지
역주의입니다.

--반면 지방자치제의 시행으로 후보들의 공약내용에 서서히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천안시갑 최기덕후보(국민회의)는 『지역공약은 지방의
회가 발의할일이지 왜 국회의원이 하느냐』며 지역공약을 일체 하지 않았
습니다. 천안시갑 성무용후보(신한국)도 『금융실명제처럼 공약실명제를
도입하자』며공약을 남발하는 것을 자제했습니다. 또 어느 선거때 보다
「아줌마운 동원」을 각광받았습니다.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고 지역민원
에 민감한 여성유권자에 접근하기 쉬운데다 은밀한 소규모 향응제공등에
쓸모가 많다는 잇점 때문이라고 보여집니다.

--후보들의 자질을 검증할 기회가 별로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토론회
등이 활성화되지 못했습니다. 지역 할거주의는 어느 총선때보다 심했습
니다. 영-호남에서 충청-TK등으로 분열되면서 극심한 지역분열 현상을
보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당초 대통령 인기도의급락으로 부산에
서 이 고전할것이라 예상됐으나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장학
노씨 사건도 부산에선 그다지 큰 영향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호남지
역 국민회의 후보들은 DJ 기대기에만 주력했습니다.

--전북의 한 국민회의 후보는 소형인쇄물에 김총재와 악수하는 사진
을 실었고, 신인인 다른 후보는 인사할때 『DJ가 보낸 사람』이라는 말을
빠뜨리지 않았습니다. 「충청인 똘똘뭉쳐 자민련을 몰아주자」는 구호는
자민련 충남지구당의 공통적인 표어였습니다. 천안을의 한 후보는 「사
랑받는 충청인이 되느냐, 핫바지가 되느냐는 이번 선거에 달렸다」고 말
하기까지 했습니다.

--대구는 지역주의 보다 반YS정서였습니다. 이또한 대구만의 지역
주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후보들은 인물을 보고 뽑아
달라는 말을 숨기지 않았고 자민련과 무소속후보들이 반사이익을 많이
얻었습니다.

--「소지역주의」도 기승을 부렸습니다. 통합선거구 때문이라고는 하
지만 우리 민족은 지역주의의 망령에서 영원히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아
닌가 하는 걱정을 낳았습니다. 11명의 후보가 난립한 울진-영양-봉화
지역의 한 후보비서관은 『울진 사람은 울진, 봉화 사람은 봉화만 찾는다』
고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충남 논산에 통합된 금산군의 경우 금산출신
후보를 밀자는게 금산군민의 일치된 경우였습니다. 후보들도 금산지역의
몰표를 호소했습니다. 반대로 논산출신 후보는 『객지X이 돼서야 쓰
냐』며 논산의 단결을 호소했습니다.

--장학노 비리의 경우 선거 중반까지 위력을 과시했습니다.야당에게
장학노비리는 개인비리에서 YS개혁의 실패까지 연결시킨 기막힌호재였습
니다.

--선거막판에 등장한 「북풍」은 「장풍」을 밀어낸 느낌입니다. 여당은
북측의 행위를 비난하면서도 벌린 입을 다물줄 몰랐고, 야당 역시 북한
의 침략성을 비난했으나 여권으로 표가 몰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피력
했습니다.

--인천지역은 장학노사건과 북한의 돌발행동이 판도에 상당한 영향
을 미쳤습니다. 의 한 후보는 장풍이 터진 직후 지지율이 절반
으로 떨어져 국민회의 후보에게 6나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러나 북풍이 터지자 다시 상대후보를 3이상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습니
다.

--국민회의 단장은 『북풍의 영향으로 인천-경기지역에서 큰피
해를입어 당선권에 들거나 경합하던 고양갑-을, 의정부, 구리 등 5개지
역에서 역전당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대신 『장풍의 영향으로 동대문
갑,구로갑, 양천갑 등 서울 3개지역에서 신인들이 약진한 것으로 나타났
다』고 분석했습니다. 서울 수도권 지역과는 달리 지역주의가 기승을 부
린 영-호남-충청지역에서는 장풍과 북풍은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습
니다.

--이번 선거는 통합선거법의 문제점을 노출시켰습니다. 각 후보진영
간에 법해석의 차이가 컸고, 선관위조차 뒤죽박죽으로 운영했습니다. 일
례로 종로에서는 유세차량의 교내 진입이 불허된 반면, 강서을에서는 허
용됐습니다. 밥한끼 먹는것도 눈치봐야해 음성적인 자금흐름을 오히려
조장한 느낌입니다. 서울의 한 야당후보는 『법정선거비용으로 운동한
후보는 단 한명도 없을 것』이라며 『나도 1억8천만원쯤 썼다』고 고백했습
니다. 특히 무소속의 경우 1백m달리기에서 50m쯤 뒤져 출발하는 격으로
불만이 많았습니다.

--「○○이외에는 모두 금지한다」는 네가티브 방식을 채택, 모든 후보
자들을 범법자로 만들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당선하면 통합선거법부
터 고치겠다는 후보들이 많습니다. 무소속이나 원외지구당위원장의 불
만은 굉장했습니다. 현역의원들은 의정보고회를 거의 무제한적으로 했
지만 다른 후보들은 등록일까지 명함 하나돌리는데도 신경을 곤두서야 했
습니다.

--한마디로 통합선거법은 현역의원만을 위한 악법이라는 것이 공통된
지적이었습니다. 법정 선거비용도 문제입니다. 인천의 경우 법정선
거비용이 7천2백만원∼8천만원선이었으나 남동갑 김종용후보의 사례공개
에 따르면 홍보물 제작에만도 3천2백여만원이 들었습니다. 선거운동원
들의 일당까지 포함하면 법정비용은 아무런 의미를 갖지못합니다. 인천지
검 한 검사는 『법정선거비용을 초과한 사람을 당선무효시키도록 한 규정
에 따른다면 당선자 모두가 당선무효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통합선거법은 후보자들이 선관위에 등록한 예금구좌로만 돈을 지출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돈의 흐름을 투명하게 만들겠다는 건데 유명무
실한 규정입니다. 후보들은 선관위 제출용 서류 담당자를 두고, 가
짜 금전출납부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유권자에 대한 금품제공 사례는 많이 줄었으나 흑색선전은 여전했
습니다. 종로의 경우 모당측에서 라이벌 후보를 겨냥, 8일밤부터 4가
지 종류의 흑색선전물을 마구 뿌리기 시작했습니다. 중구의 경우 두
라이벌후보가 여자관계를 폭로하는 흑색유인물 동원해 지저분한 양상을
보였습니다. 과거에 비해 줄어들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각당에는
상대방 후보들의 부정사례를 폭로하는 보도자료가 매일 5∼6건씩 쌓였습
니다. 특히 김문수 이성헌 재야-개혁성향의 후보
들이 금품제공, 흑색선전 등으로 집중 고발을 당했습니다.

--초반에 공약 위주로 흐르던 유세전은 후반에 들자 인신 공격, 폭로,
비방, 고발사태등 구태가 재현됐습니다. 고향 선후배들인 처지에 후보들
끼리 듣기에도 민망한 욕을 해대는 모습엔 낯이 뜨거웠습니다. 공약 대결
역시 치졸하기 짝이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선거판을 따라다니는 포장마차 주인들도 『매상이 3분의 1은 줄었다』
고 한결같이 말했습니다. 유세장을 찾는 청중이 줄어든 탓도 있지만, 「눈
먼 돈」이 그만큼 줄어든 탓도 있을 것이라는 게 이들의 말이었습니다.

--심야시간대에 유권자집에 상대후보를 지지해달라는 전화를 하거나
관광버스회사에 상대후보 명의로 버스사용 예약을 하는 등 「상대후보 골
탕먹이기」형의 선거운동은 여전했습니다. 혹은 상대후보 사무실에 그
후보 이름으로 자장면이나 과자류 등을 일방적으로 배달시켜 곤혹스럽게
하거나 『부인이 5명이나 된다』, 『수백억의재산을 은닉했다』는 등의 흑색
선전 편지공세를 하는 현상도 있었습니다.

--일부지역에서는 은밀한 금품살포가 있었습니다. 대구 경북의 후
보들은 하나같이 『선거판이 이렇게 돈싸움으로 가다가는 나라 망하겠다』
는 소리를 했습니다. 돈 선거가 기승을 부리는 이유로는 6.27 지방선
거가 주범으로 지목됩니다. 통합선거법이 처음 적용된 지난 6.27선거때
일벌백계로 부정선거를 엄하게 다스렸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겁니
다.

--매년 선거가 계속되면서 선거브로커들이 물을 만났습니다. 선거때
마다 출마하는 상습출마자들이 각 후보진영의 조직참모로 당당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더군요.

--이번 선거는 유달리 폭로전이 많았습니다. 홍준표후보의
비자금,후보의 전대통령 하야위로자금, JP아들의 파나마 투
자설 등이 그것입니다. 의 장학노 비리 폭로가 효과를 봤다는
판단에서 기인한듯 합니다.

--유권자들의 정치의식은 더 성숙해진것 같았습니다. 금품을 요구
하거나 비밀리에 모여서 음식나눠먹는 풍조는 없어졌습니다. 그러나
후보자에 대한 관심도는 적었습니다. 특히 20대의 경우 평소에는 정
치에 대한 불만을 터트리다가 정작 선거 때는 「무관심층」으로 돌변하는
괴상한 이중성 노출했습니다.

--개인연설회에도 사람이 모이지 않아, 후보들은 전화 등으로 운동
방식을 바꿨습니다. 쟁점이 적고 지역주의가 뚜렷한 탓인지 유권자들
의 관심이 어느 선거부터 적은 선거였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입니다. 특
히 청중들이 모이지않아 개인유세를 포기하는 후보들이 속출했습니다.

--이번 선거는 거물정치인들의 지원유세가 많았습니다. 이중에서
가장 덕을 본 당은 이라고 봅니다. 특히 의원의 인기는
대단해서 서울지역의 경우 그가 한번 지원연설을 하면 지지도가 최소
3∼5상승한다고 합니다. 박의원의 특징은 구어체 즉석 연설에 능
한데다 중산층이나 젊은층에게 의외로 좋은이미지를 주고있다는 점입
니다.

--국민회의 총재나 자민련총재의 영향력은 여전했습니
다. 가는 곳마다 2천∼3천명의 청중을 동원했습니다. 특히 DJ는 이번
유세때 정장대신 잠바차림을 즐겼는데 이는 대체로 젊은층을 겨냥하고
자신의 고령(71세)을 감추기 위한 전술인듯 합니다.

--대구에서도 각당의 거물들이 지원유세를 했지만 큰 바람은 일으
키지 못했습니다. 의 경우 뒤늦게 공천을 받고 뛰어든 서갑
등 5개 지역 위원장들이 바람몰이를 위해 고문과 수도권
선대위 위원장의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달라진게 있다면 3김에의한 지역할거구도를 현실로 인정하
면서도 그들에 대한 관심과 지지도는 크게 떨어진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