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을 낳는 비행기」. 3일 새벽(현지시각) 구유고의 지
역에서 비행기 추락 사고로사망한 론 브라운 미상무장관의 외국행 비행기
는 흔히 이렇게 불렸다. 스스로 「주식회사 미국」의 대표 세일즈맨을 자부
한 브라운과 함께 외국을 방문하면, 각 기업 차원에서 성사시키기에는 다
소 벅차게 느껴지는 해외사업계약이 줄줄이 이뤄지곤 했기 때문이다.

94년 한해동안 브라운장관과 함께 중국-등 아시아지역을 여행한 기
업들이 따낸 계약금액만도 약 1백60억달러(한화 12조원 가량)로 추산되고
있다. 이러니 미국의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도 여
건이 허락하는 한 브라운과 함께 외국 여행을 하고 싶어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흑인 최초의 집권 미민주당 전국의장과 상무장관을 지낸 인물로 기록된
브라운은 행정부 각료중 가장 정열적인 인물이었다. 10여년의 워
싱턴 로비스트 경력과, 미공화당의 「상무부 폐지」 움직임등 갖은 장벽이
브라운을 괴롭혔지만, 그의 행동반경이 줄어든 적은 없다. 이번 여행은
오랜 내전에 시달린 지역 복구에 미기업들의 참여 가능성을 타
진키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사업 이야기는 커녕 이들은 모두 비행기에서
내려보지도 못한 채 세상을 뜨고 말았다.

()() 각 분야서 저마다 촉망받던 경영인들 ()().

이 사고로 사망한 사람은 모두 35명(현지에서 발굴된 사체는 33구)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승무원 6명을 제외한 29명이 승객이다. 정부 관리
들로서는 브라운장관을 비롯, 찰스 메이스너 상무부 국제관계차관보등
10명의 상무부 관리들이 불귀의 객이 됐다. 또 리 잭슨 유럽은행 전무와
의 제임스 루윅씨도 같은 비행기에 탑승, 변을 당했다. 기업 경영자들
은 대략 12명 안팎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마이애미에 본부를 두고 있는 배링그룹(국제 소호텔 개발업)의 창립
자이자 회장인 배리 콘라드(55)씨도 이중 한명이다. 94년까지 대표적인
미국의 패스트 푸드 프랜차이즈인 버거킹의 국제담당 책임을 맡아왔던 콘
라드씨가 독립, 호텔 개발업에 뛰어든 것은 불과 2년도 채 안된다. 하지
만 콘라드씨는 특유의 사업 감각으로 남미지역의 소호텔 2백여개와 합병
을 추진하는등 승승장구중이었다. 그러나 콘라드씨가 갑자기 타계한 이후,
이 기업은 새 주인은 물론 방향 감각마저 잃은 듯한 충격을 겪고 있다.관
계자들의 표현을 빌리면, 『정신적 지주를 잃었다』는 것이다.

폴 쿠시맨 3세(35)는 미워싱턴시와 버지니아 일대의 최대 은행인 릭스
(Riggs) 국제은행의 회장겸 최고 경영자. 아직 독신인 쿠시맨은 촉망받는
은행업자였다.

미코네티컷주에 본부를 둔 사의 로버트 도너번회장(54)은 국제적으
로 명망이 높은 발전기 제조업체를 이끄는 인물이었다. 주로 가스 터빈엔
진을 생산하는 사는 주요 미군납업자로, 미전역에 2만명의 종업원을
가진 견실한 기업이었지만 갑작스러운 회장 타계를 극복해야 하는 뜻밖의
과제가 주어진 셈이다.

데이비드 장(46)은 평유리 생산에 정평이 있는 인터가드사를 이
끌어 왔다. 장은 이번 여행을 전후해 내전으로 모든 건물이 파괴된
사라예보 지역의 병원에 23톤의 유리를 공급하는 계약에 성공했
다. 이 유리를 공급받게 되는 병원측은 그를 기념, 사진을 영구 전시할
방침이라고 한다.

클라우디오 엘리아회장(53)은 지난 94년부터 「공기-수질 기술사(Air &
Water Technology Inc.)」를 이끌어왔다. 회사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주
로 공기와 수질 오염분야 관련 전문 업체로 기업의 자회사다. 주로
미최대 전기제품 회사인 제너럴 일렉트릭에서 잔뼈가 굵은 엘리아회장이
이 일을 맡은 것은 94년. 엘리아의 사망 소식에 접하자, 이 회사는 곧바
로 2명의 임시 최고 경영자를 임명하고, 급한 불을 끄고 있다.

프랭크 마이어사장(50)은 미댈라스에 본부를 둔 공급회사이자,
국제 발전소 개발등을 전문으로 삼는 엔서치그룹의 국제 담당 책임자. 프
랭크 사장이 이 그룹의 국제 담당 책임자가 된 것은 올해의 일로, 미처
뜻도 펴보지 못한 꼴이다.

파슨그룹의 레너드 피어로니회장(57)은 이번 여행에 가장 기
대가 컸던 최고 경영자였다. 에 본부를 두고 있는 이
그룹의 주요 분야가 국제 엔지니어링으로, 전후 복구 과정에서 톡톡한 재
미를 보곤 했기 때문이다. 걸프전쟁 이후에도 쿠웨이드 재건 사업에서 큰
사업성과를 올렸다.

% 기자, 2차대전후 첫 취재사 %.

댐과 화력발전소 건설등의 수주를 주로 맡아온 「하자 엔지니어링」사의
회장 존 스코빌(64)도 이번 지역 재건 계획에 큰 야심을 가졌던
인물이다. 이미 17개국에서 각종 댐과 발전소 건설 수주를 올린 바 있기
때문이지만, 이번에는 현장에 내려보지도 못한 상태서 변을 당했다.

이밖에도 저소득 주택 개발업으로 유명한 의 「브리지 하우
징」사의 도널드 터너사장(56), 벡텔기업의 선임부사장 스튜어트 톨란(59),
포스터 휠러사의 로버트 휘태커 부사장(48)등의 기업인들이 세상을 떠났
다.

면면에서 알 수 있듯이 이들은 세계 각국이 일정 기금을 출연, 곧 시작
될 재건 계획에서 꼭 필요한 사업 분야의 기업들을 이끄는 인물
들이었다. 미상무장관과 함께 로 가서, 사업 수주를 따낼 필요성
이 절실했던 사람들인 것이다. 또 굴지의 대기업보다는 해당 분야의 전문
성으로 명망이 있는 중견기업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갑작스러
운 운명은 자칫하면 손수 가꾼 기업의 운명까지 바꿔놓을지도 모른다. 대
부분이 회장 또는 최고 경영자의 개인적 능력과 신용도에 바탕을 두고 운
영되던 회사들인 터라, 미처 다음을 준비할 틈도 없이 이들의 카리스마가
사라진 것이야말로 치명적이라는 것이다.

실제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이런 점들을 우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동
산 재벌로 한때 욱일승천하던 도널드 트럼프가 갑자기 휘청거리기 시작한
것은, 89년 주요 계열사 사장 3명을 태운 헬리콥터가 추락, 이들을 모두
잃고 난 뒤 사업상 난맥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만큼
이런 중소기업들에서는 최고경영자의 위치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과 아주 대조적인 행운의 인물도 있다. 워싱턴시 인근의 중
소기업체 사장들인 배니스터회장(65)은 집안에 일산화탄소가 새어드는 사
고로 거의 질식 직전에 구출됐다. 병원에서 의식을 회복한 뒤, 곧바로 브
라운 장관의 비행기에 갈까 하고 생각했지만, 가족들의 만류로 포기해 결
국 목숨을 건지는 행운을 누리게 됐다.

한편 이번 탑승자 중에는 이들 말고도 미뉴욕타임스지의 독일 프랑크푸
르트 지국장인 나다니엘 내시기자(44)도 포함돼 있다. 미 졸업생
인 내시는 부에노스 아이레스 특파원을 거치는 등 주로 국제뉴스 분야에서
일해 왔는데, 이번 사고로 그는 2차대전 이후 취재 중 사망한 첫 기자로 기록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