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국무부 정례 브리핑. 「북한의 비무장 지대(DMZ)규정 위반과 한국
총선간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던져졌다. 글린
데이비스 대변인은 『북한의 행동 동기나 논리를 점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고 입을 떼었다. 『북한이 왜 이러는지, 북한이 왜 이 시점을 선택했는지
정말 모르겠다. 수많은 이론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같은 날 워싱턴 포스트지도 비슷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북한은 김
영삼대통령에 대해 증오에 가까운 반감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비무장
지대에서의 북한의 도발은 총선을 앞둔 김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
시켜 주고 있다. 지난달 중국의 미사일 실험이 이등휘 대만 총통의 선거
압승을 도왔던 것과 같은 현상이 한반도에서 재현되려 하고 있다.」 이같
은 논리전개 뒤에는 역시 「왜」라는 의문부호가 숨어 있다.
북한에 대한 유화조치를 주장하는 미정부의 한 관계자는 사석에서 이
런 넋두리를 늘어 놓았다고 한다. 『북한을 끌어 안아 주어야 한다는 분
위기가 자리잡아 가고 있는 분위기였다. 미북간의 현안을 논의할 협상
테이블도 준비돼 가고 있고…. 그런데 지금 북한이 왜 이러는 걸까. 겨
우 누그러뜨려놓은 의회를 설득하는 작업도 다시 시작해야할 상황이다.』.
북한이 미국과의 평화협정 체결을 위해 준비된 수순을 밟고 있다는
것이 다수설이긴 하지만, 북한이 내부갈등 해소를 위해 위기를 고조시키
고 있다는 이론도 그럴듯하게 대두되고 있다. 8일 페리 국방장관의 발언
도 이같은 추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
「북한의 도발은 지도부 전체의 합의사항인가, 아니면 군부의 강경노
선에 따른 것인가」, 「북한은 한미진영의 어떤 대응을 예상하고 있는 것
일까」, 「북한의 정전체제 와해 기도는 어떤 단계까지 발전할 것일까」….
의문점을 꼽아 보자면 열손가락도 모자라지만, 이에 대해 『개인적 생각
이지만…』 이상의 자신있는 답변을 내놓는 권위자는 찾아볼수 없다.
얼마전 북한관련 의회 청문회에 출석한 스탠리 로스 전 동아시
아 담당 안보보좌관은 북한문제를 다루는 미관계자들의 고민을 솔직히
털어놓았다. 『북한정세에 대한 어떤 예언도 하지 않는것이 현명하다.얼
마나 많은 예측들이 모두 근거없는 것으로 판명됐는가. 대북정책 수립은
「북한에 대해 우리가 알지 못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일로부터 시작돼야
한다.』 정부내에서 3년동안 북한문제를 담당했던 최고 책임자가
도달한 결론은 「북한 불가지론」이었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