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음악의 유통(공연)과 소비(감상)는 생산(작곡)에 비해 절대 부진
하다.

동시대의 이름으로 생산되는 음악이 동시대인들에게 폭넓게 수용되
지 못하는 현실은 역설적이다. 생산자들은 현대음악이 먼시대의 그것에
비해 날카로운 메시지가 강조되긴 하지만,수용자들이 가까워지려는 노력
만 기울인다면 결코 낯선 것만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이런 가운데 국내서도 현대음악을 대중적으로 보급하려는 다양한 시
도가 관심을 끈다. 서울 평창동소재 토탈미술관(02-379-3994)이 현대음
악연주시리즈를 시작한 데 이어, 한국페스티벌앙상블(02-739-3331)도 창
작음악시리즈를 새로 선보였다. 이들과 손잡고 시리즈를 기획한 곳은 오
양연구소(기획자 김승근). 「무지카 노바」 「현대음악주간」 등 주목할만한
기획물을 잇따라 선보인 현대음악 보급의 첨병이다.

지난달 29일 바르토크-베리오 작품으로 첫 무대를 가진 토탈미술관의
현대음악시리즈는 「크라우제 피아노독주회」(13일), 「가야금의 밤」(26일),
「미국현대가곡의 밤」, 「에코타악기앙상블」(5월28일) 순서로 이어진다.

이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끄는 행사는 미국 크로노스 현악4중주단의 첫
내한연주회. 5월31일 오후 8시 예술의 전당, 6월1일 오후4시 토탈미술관
에서 선보일 연주곡은 고레츠키의 「현악4중주 제1번」, 도허티의 「엘비스
에브리웨어」등. 특히 진은숙의 「파라메터 스트링」은 세계초연작으로, 로
열 콘서트헤보우 오케스트라가 7월1일 암스테르담에서 초연키로 한 것을
특별순서로 마련했다.

올해로 창단 23년째를 맞은 「크로노스」는 현대음악의 활로를 열어가
는 대표적 앙상블. 리더 겸 제1바이올리니스트 데이비드 해링턴, 존 세
르바(바이올린), 헨크 두에트(비올라), 조안 장르노(첼로)로 구성됐으며,
전속레코드사 「논서치」 레이블로 조지 크럼의 「블랙 엔젤」 등 다수의 앨
범을 냈다.

서 활동중인 진은숙씨는 강석희씨 제자로 유럽무대서 이름을
얻은 재원. 스트라빈스키-바르토크의 악보를 출판하는 「부시 앤드 혹스」
()에 소속된 진씨의 작품은 피에르 불레즈가 창단한 앙상블 엥테르
콩탕포렝에 의해 초연되기도 했다. 주최측은 「크로노스」의 내한을 맞아
현대음악의 저변을 넓히려 이 4중주단의 CD와 카세트를 청중에게 무료로
나눠줄 예정. 미국가곡연주회, 에코타악기앙상블 연주회에선 아이브즈-
코플랜드-바버의 가곡, -해리슨-케이지의 퍼포먼스작품 등이 발표
된다.

토탈미술관장 노준의씨는 『현대미술쪽을 주로 다루는 미술관의 성격
과도 맞아 현대음악시리즈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하고, 『미술에 비해 10∼
20년정도 더딘 음악의 첨단사조를 외국에선 미술관이 제일 먼저 수용한
다는 느낌을 줄 정도로 갤러리콘서트가 다양하다』고 전했다.

한편 오양연구소는 토탈미술관시리즈외에도 미국의 현대음악을 주제
로 현대음악주간 행사도 마련했다. 독일 피아니스트 라인홀트 프리들의
「인사이드 피아노」 연주회를 5월29일 오후7시 주한독일문화원에서 열고,
이석원씨(교수)의 미국 현대음악강연에 곁들여 스티브 라이히의
미니멀뮤직을 영상으로 감상하는 순서도 30일 독일문화원에서 갖는다.

지난 2일 베리오의창작곡 「시퀀자」 연주회로 시작된 한국페스티벌앙
상블의 두번째 현대음악무대는 5월16일 독일 피아노트리오 「컴 앤드 고」
연주회로 속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