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20년간 한국국적을 사수한 대가로 나이 30세에 현역입대를 해
야 할호주교포 한상윤씨 이야기가 보도된 지난 2일 오전 국방부기자실.
병무청관계자들은 『한씨가 병역법상 명시된 「교포라도 국내에 1년이상
거주하면 징병의무가 다시 부과된다」는 조항에 걸리지 않기 위해 92년
11월부터 5차례 「편법출국」하면서 대부분 한국에서 지내왔다』며 『이는
현행법을 악용해 병역을 기피하려고 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그러나 병무청은 작년까지 「해외영주권자는 1년이상 국내체류를 하
면 여권을 무효화시킨다」는 여권법 규정 때문에 많은 교포들이 이를 피
하려고 1년에 한차례씩 해외에 나갈 수밖에 없었던 상황은 간과하고 있
었다.

만약 한씨가 병무청 설명대로 병역기피의 목적이 있었다면 그가 9살
에 이민을 갔고, 외국에서 대학교까지 나왔으며, 지금도 온가족이 외국
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선 어떤 해석을 내릴 것인가. 손쉽게
현지시민권을 취득하면 아무 일도 아닌데 왜 한국국적을 지니고 있을까
하는 점에 대해서도 병무청측은 별다른 판단을 하지 않고 있다. 그저
범죄적 해석과 기계적인 법적용만이 따를 뿐이다.

한씨의 케이스는 지구촌 곳곳에 흩어져 사는, 5백만 교포들이 모국
에 찾아와 겪는 어려움과 좌절의 상징적 예일뿐이다. 한씨 보도가 나가
자팩시밀리와 전화를 통해 비슷한 처지를 호소하는 교포들의 목소리는
높았다. 10살때 이민가 작년에 맞선 보러 5차례나 한국에 나왔다가 통
산 1년이상 체류자로 몰려 지난 3월 공항에서 여권과 영주권을 압수당
해 오도가도 못하게 된 재미교포 김유식씨(28), 역시 어려서 이민갔다
가 29살에 모국에 와 1년4개월 체류하고 출국하려다 공항에서 출국정지
가된 후 지금까지 도피생활을 하고 있다는 익명의 30대 재미교포….

대만교포 맹범주씨는 도리어 아들을 군대에 보내기 위해 카투사시험
을 치르게 하려고 했으나 『교포라 시험자격이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비단 병역문제가 아니라도 교포들이 한국에서의 일상생활에서 겪는
불이익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주민등록이 나오지 않아 집도 살 수 없고
은행대출 증권투자 등 정상적 경제생활을 할 수가 없다. 걸핏하면 구비
서류에 「주민등록등본」이 필요한데 이를 구비못해 겪는 애로사항도 한
두가지가 아니다.

한국국적이지만 선거도 치를 수 없다. 그러나 피선거권은 있어 국회
의원에 출마할 수는 있다. 모든 것이 들쭉날쭉이다.

국민소득 1만달러를 넘어서고, 정부는 「세계화」를 주창하고 있지만
해외교포에 대한 우리나라의 행정-법체계는 단 한가지 목소리만 내는
듯하다. 『왜 돌아가지 않고 우리나라에서 살며 문제를 일으키는가. 빨
리 돌아가라!』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