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담한 내환(103) <<<
서재필과 그의 동생 재창, 윤경완 이응호 등이었다.
박영효의 주선에 의해 윤경완을 비롯한 서너명은 전영의 교장으로 들
어갔으나, 나머지는 이조연과 윤태준의 반대로 취직이 되지 못했다. 김
옥균은 믿을 만한 사람 대여섯을 자택에 초청했다.
『만리타향에서 고생들이 많았네. 제군들은 장차 이나라 군대의 동량
감이야. 당장 취직이 안됐다고 너무 조바심을 내지 말게. 반드시 기회가
올 것이야.』
김옥균은 술잔을 돌리며 위로했다.
『몇달만 지내면 졸업을 할 터인데 중도에 귀국을 시키다니 도시 영문
을 모를 일이오이다.』 서재필의 말이었다.
『금릉위 대감과 내가 제군을 유학 보낸 것이 작자들로선 몹시 못마땅
한 게야. 원세개 같은 청국인도 좋아할 리가 없지. 기왕지사 학업을 중
단하고 돌아왔으니, 그동안 배운 것을 살려야 하지 않겠는가. 대장부의
뜻을 펴야지.』 김옥균은 이렇게 운을 띄웠다.
이 자리에 앉은 이인종이나 신복모는 상전들의 생각을 대강은 알고있
다.
『서도 고국의 사정을 모르지는 않았으나 막상 돌아와 보니, 이게
어디 어엿한 국가라고 할 수 있소이까? 그 치욕스러운 병자호란때에도
비록 항복은 했으나, 이처럼 오랫동안 군대가 눌러앉아 국정에 간섭하지
는 않았지요.』 서재창의 울분이었다.
『모야모야하는 권신들이 청국군의 주둔을 애걸복걸하고 있다 하니 이
무슨 창피스러운 노릇이오이까. 대원군의 환국을 반대하고 있는 것도 천
하의 웃음거리가 아니고 무엇이오이까.』.
김옥균의 가인 이인종의 격앙된 목소리였다. 그는 평소부터 알고 지
내는 등짐장수들을 동지로 끌어들이고 있는 중이다.
『들리는 말로는 금릉위 대감과 영감을 위시한 몇몇 어른들을 조정에
서 내몰려는 흉계를 꾸미고 있다 하더이다. 앉아서 당할 수만은 없지 않
겠소이까.』 박영효댁의 식객노릇을 하고 있는 신복모의 말이었다.
이들은 김옥균이 신분을 떠나 대등한 동지처럼 대해주는 것이 감격스
러운 듯했다.
『제군을 믿기에 오늘 이곳에 부른 것이야. 제군을 에 보낼 때부
터 큰뜻을 함께 할 동지로 여기고 있었다네. 나라 꼴이 이래 가지고는
미구에 남의 노예가 될 게 뻔한 일이야. 망조가 들었어. 가문만 있고 나
라는 안중에도 없어. 나라와 백성을 걱정하지 않고 그저 빙공영사뿐이야.
간신배를 쓸어버리고 나라를 다시 세워야 하느니.… 나는 제군이 귀국하
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었다네. 각자 은밀히 동지를 규합하면서 때를 기다
리세.』.
거침없이 말하고 나서 김옥균은 술잔을 단숨에 들이켰다.
『영감, 저희들에게 흉금을 털어놓고 말씀하시어 오직 감격스러울 뿐
이오이다. 평소 금릉위 대감의 훈도를 받아 독립당 어른들의 뜻을 대충
짐작은 하고 있었으나, 영감께서 저희를 이처럼 대해주시니, 결의를 새
롭게 다질 것이오이다.』 박영효댁의 청지기 이규완의 말이었다.
서재필은 정색을 하며 말했다. 『영감께서 저에게 유학을 권하셨
을때 영감의 원대한 포부를 어렴풋이 느낄 수가 있었소이다. 귀국한 후
영감께서 반드시 무슨 분부가 있으리라 믿고 있었지요.』.
서재필은 이들 유학생들 사이에서 단연 독보적인 존재였다. 가문도
가문이지만 당당히 문과급제한 신분이다.
김옥균의 머리속엔 차츰 행동대의 윤곽이 잡혀가고 있었다.
아무래도 「도야마」학교 출신들을 중심으로 행동대를 짤 수밖에 없었
다. 다행이 영군의 간부로 들어간 동지가 있다. 잘만 하면 영군 군사
들을 다소나마 동원할 수 있을지 모른다.
청군? 열쇠는 국왕이 쥐고 있다. 아니, 국왕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열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