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마음에 내리는 봄비 (14) ----.

호텔로 돌아온 건 갔던 길을 되돌아오다 서귀포에서 저녁을 먹고 나서
였다. 돌아오는 자동차 안에서 그녀는 내내 꿈을 꾸는 듯한 얼굴을 했다.
이번에도 그가 한손으로 핸들을 잡고, 한손으로 그녀의 어깨에 팔을 둘렀
다.

저녁이 되어 빗방울은 조금 더 굵어진듯 했다.

"나 이제 자신이 생겼어요".

그의 한쪽 팔에 안겨 그녀가 말했다.

"어떤 자신이?"
"이곳에 이렇게 정우씨와 함께 있어도 아무렇지 않은 자신이요".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바다로부터 끝없이 어둠이 밀려오고 있었고,
어둠을 헤치듯 그는 윈도 브러시를 조금 빠른 속도로 작동시켰다.

"월요일에 서울에서 꼭 해야 할일이 있나요?".

다시 그녀가 물었다.

"아니".

이번엔 그가 핸들을 오른쪽으로 틀며 물었다.

"내일 가지 않았으면 해서요. 안가도 된다면".

물론 꼭 가야 할 일은 없었다. 그러나 그렇게 해도 되는지 그로서는
얼른 판단이 서지 않았다. 지금 내곁에 있어도 어쨌든 그녀에겐 가정이
있었고 남편과 아이가 있었다. 대체 그녀는 집에서 무슨 말을 하고 나온
것일까.

"왜 그런 생각을 했는데?"
"내일 다시 돌아갈 생각을 하면 나는 오늘 잠을 자지 못할 거예요".

"생각해보고"
"아뇨. 지금 대답해요. 정우씨가 생각해보는 동안에도 나는 혼자 잠
을 자지 못할 거니까".

"정말 그렇게 해도 돼?".

그녀가 강하게 나오면 오히려 그가 움츠러 들었다. 처음 그녀와 이
곳으로 내려올 약속을 하는 동안에도 그리고 내려오는 기내에서도 또 내
려와 있는 동안에도 오히려 불안했던 건 그녀가 아니라 그였다.

"괜찮아요. 나는"
"무어라고 말하고 왔는데".

"나를 찾는 여행을 하고 싶다고 했어요"
"무슨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고?".

"아뇨. 지금 나한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없으니까".

그래. 내게도. 그는 다시 그녀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