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과 강서권의 5개 선거구 출마자들은 92년 14대 대선-총
선 때에 이어 이번 총선에서 또다시 「밀도전쟁」을 치르게 됐다.
5층 이하 건축지로 묶인 29개 「저밀도 지구」 때문이다. 대개 74∼82
년 사이 건설돼, 낡았고 아직도 연탄을 사용하는 「노후 아파트」 밀집
지대들이다.
용적률(전체 건축면적에서 건물이 차지하는 비율)이 80% 이하인 곳,
즉 「저밀도 지구」는 5층이상은 짓지 못하게 돼 있어 재건축을 둘러싼
분쟁이 수년간 계속되는 집단민원 지역이다. 최근 건설되는 다른곳
아파트들은 15∼25층의 고층으로 용적률이 3백30∼4백%에 달하는데
『왜 우리 지역은 계속 저밀도로 묶어두느냐』는 것이 주민들의 항변이
다.
이들 5개 지역은 ▲송파갑(잠실주공 1∼4단지, 잠실시영) 2만1천2
백50가구 ▲서초갑(반포주공 1∼3단지, 신반포 1, 15차) 9천1백83가구
▲강남갑(해청, AID, 개나리, 도곡주공 1,2단지) 1만1천2백60가구 ▲
강서갑(내발산주공, 양서1,3단지, 우신아파트) 5천1백66가구 ▲강동갑
(강동1,2차) 4천4백가구 등이다. 5만1천2백59가구의 아파트에 약 24만
명의 유권자가 산다.
이들은 『20층 이상의 고밀도(3백30∼4백%) 재건축을 허용해 달라』
고 요구하며 서울시와 치열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서울시가 주거
지에서는 4백%까지 지을 수 있는 주택건설촉진법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재산권 행사를 막고 있다고 주민들은 주장한다. 또 아파트가 낡아 슬
럼화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조속한 요구 수용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의 대답은 「평균 12층 이하 중밀도(2백70%) 재건축」
허용쪽이다. 서울시는 이 중밀도안을 시정개발연구원의 연구결과를 바
탕으로 확정, 발표했다. 교통난, 환경영향, 전세입자 문제가 걸려 있
어 무조건 주민요구만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상국 서울시 주택
기획과장은 『2백70%로 하더라도 도시기반시설 확충에 2조원가량이 들
며, 3백30%로 높일 경우 5조9천억원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중밀도안에 주민들이 집단 반발하자 서울시는 시의회의 공청회 결
과를 접수하는대로 재검토, 상반기중 최종 방침을 결정하겠다는 입장
이다.
현재 주민들은 유력 출마자들에게 「민원해결」에 대한 유-무형의 압
력을 넣고 있다. 출마자들로서는 쉽게 해결해줄 수도 없는 사안이지만,
주민들의 「기대」를 외면할 경우 감표 요인이 될 것이 뻔해 「모범답안」
만을 내놓고 있다.
출마자들 대부분은 『서울시에 압력을 가해 고층 재건축을 관철시키
겠다』고 「약속」했다. 일부 출마자들은 고층 재건축시 야기될 게 뻔한
교통체증, 인근 지역의 전세가 앙등에 대한 대책을 무조건 서울시와
정부에 미루기도 했다. 또 일부 출마자들은 서울시의 입장에 수긍하면
서도 겉으로는 『입장 표명을 미루겠다』는 소극적 자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