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해전 TV화면이 생생하게 고발했던 곰 쓸개즙 채취 사건은 지금도
다시 되새기고 싶지 않을 만큼 충격적이었다. 유별나게도 몸보신 좋아
하는 사람들과, 돈만 생긴다면 유황불 속이라도 뛰어드는 막무가내 상
혼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끔찍한 몬도가네였다.

그런데 엊그제 경칩 때는 또 하나의 충격적인 장면이 TV화면에 나타
나보는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만들었다. 지리산 일대에서 드문드문
군생하는 고로쇠나무들이 하나같이 수액을 채취하려는 사람들이 꽂아놓
은 비닐 호스와 플라스틱 물통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 장면이 바로 그것.

나무 밑동에 여기저기 구멍을 뚫어 예닐곱 군데나 비닐 호스를 꽂아
놓은 모습은 애처롭다 못해 처참하기까지 했다. 그것은 쓸개에 호스가
꽂힌 곰의 슬픈 모습과 너무나 영낙없이 닮아 보였다. 이렇게 생명의
수액을 빼앗겨버린 나무들은 아무리 태양이 찬란해도 곧 시들고 병들어
스러져갈 뿐이다.

그저 달작지근할뿐 아무런 과학적 근거도 없는 고로쇠물의 속설 때
문에 이처럼 고로쇠나무가 수난당하는 꼴을 보다못한 어떤 식물학자가
궁여지책으로 고로쇠나무 안식년제를 제안하고 나섰다. 그러나 몸에 좋
다면 물불 가리지 않는 「열광적」보신주의 풍토에서 이것이 얼마나 호응
을 얻을지는 의문이다.

더 한심한 것은 그것이 만병통치라 하여 당뇨나 비만증 환자까지도
매달린다는 것. 주성분이 당분이라면 당뇨환자가 설탕물을 마시는 셈이
니 난센스의 극치 아닌가. 그렇게 만병에 영험이 있다면 차라리 집단재
배하되 자연수는 손대지 못하게 하는 것도 일책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