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밖으로 너를 보면(15) &&&&.
88도로를 벗어나온 다음 첫 주유소에서 그는 자동차에 기름을 넣었다.
"원래 그렇게 하는 거예요?".
종업원이 나와 주유를 하는 동안 그가 시동을 끄자 그녀가 물었다.
"그렇게 하다니?".
"기름을 넣을 때 시동을 꺼야 하는 거냐구요".
"모르겠어. 꼭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어떤 경우에나 안전한
게 좋으니까. 그럼 승혜는 이렇게 안 하고 바로 넣어?".
"예. 처음부터 그렇게 배웠으니까".
"누구나 배운 대로 하는 건 아니지. 보다 안전하니까 그렇게 하는
거지".
기름을 넣고 계산을 끝낸 다음 그가 다시 시동을 걸었다.
"조금 전 기름을 넣을때 왠지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그가 깜박이를 켜고 다시 도로로 올라섰다.
"이게 내가 아는 정우씨구나 하는 생각요".
"무슨 얘긴데?".
"정우씨는 늘 안전한 일만 하잖아요".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닐 것이다. 짧은 시간 동안 무언가 느낀 것이 있
다는 이야기였다.
"돌려서 말하지 말고 바로 말해. 예전처럼".
"모범생 같다구요".
"무슨 뜻인데?".
"어쩌면 그게 8년만에 만난 지금 정우씨와 나 사이에도 그대로 적용되
는 게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을 했어요. 지금 정우씨에게 나는 단지 8년
전에 헤어졌던 옛 애인일 뿐이고, 또 정우씨가 잊지 못하고 있는 것도 지
금의 나 승혜가 아니라 8년 전에 정우씨 곁을 떠난 새가 아닌가 하는 생
각요".
"왜 그런 생각을 했는데?".
이번엔 먼저 그가 손을 내밀어 그녀의 손을 잡았다.
"모르겠어요. 아까 기름을 넣으며 시동을 끄던 모습이 정우씨의 전
체 모습을 아니겠지만 이젠 왠지 절대로 어떤 무리한 행동을 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그런 생각을 하니까 옆자리에 앉아 있는 게
한편으로는 스스로에게 편해지고 또 한편으로는 왠지 화도 나구요".
"그건 내 버릇일 뿐이야. 처음부터 그렇게 길을 들인...".
"그리고 성격이기도 하구요. 전에 남편인 그 사람인 날 강제로 처
음 그렇게 했을 때 내가 제일 절망스러웠던게 뭔지 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