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학의 교과서를 펼쳐 보면 이런 정리가 나온다. 『조건을 말하는 앞
부분이 진이고 이를 받는 뒷부분이 위인 경우에는 조건문 전체가 거짓이
되고 그 밖의 경우는 모두가 진이 된다.』.
가령 『만약 내가 복권에 당첨되어 1백만원이 생긴다면 10만원을 자선
사업에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하자. 그런데 실제로 당첨이 되어 1백
만원이 생겼는데도 10만원을 기부하지 않았다면 내 말은 거짓이 된다.거
꾸로 당첨되지 않았는데도 10만원을 기부한다면 나는 약속한 이상의 일
을한 셈이 된다.
그런데 당초에 당첨이 안되었을 경우에는 어떻게 하겠다고 말하지는
않았으니까 약속을 어긴 것은 아니다. 요새 정부는 마구 선심공약을 뿌
려 나가고 있다. 거기에는 「만약에 어떻게 된다면」 하는 조건이 달려있
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총선결과와는 관계없이 정부가 틀림없이 지키겠
다는 약속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부가 국민에게 약속해 오던대로만 정치를 잘 해나
갔다면 우리가 지금 걱정해야할 일은 하나도 없다.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정부가 그런 약속을 할때 확실하게 공증을 받아두는 것을 잊었다. 따라
서 왜 공약을 지키지 않았느냐고 따진다 해도 『삼수갑산을 가는 한이 있
어도 틀림없이 언제까지 해내겠다』고 약속하진 않았다면 그만이다.
그러나 가령 제약회사가 약효를 과대선전하거나 약 함유량을 속이면
사기죄로 형사고발된다. 살기 좋은 신도시를 건설하겠다고 과대 광고하
여 시민들을 실망시키고 화나게 만들었는데도 정부가 끄떡도 없다는 것
은 전혀 납득이 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