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총선은 출마자 중 자신의 저서를 가진 저자가 가장 많다는 기
록도 세울 것 같다.

선거일을 두달 남짓 앞둔 8일, 국내 최대의 교보문고 비소설부문 카
운터 앞에는 정치인들이 쏟아낸 책들이 산더미를 이루고 있었다. 「대통령,
질문있소」 「새벽의 설레임으로」 「영원한 촌놈」 「아빠, 집에 안가」 「다시,
을 위하여」 「잘 생각해보면 JP」 「홍검사, 당신 지금 실수하는 거요」
「바지 벗은 판사」 「황장재 위에 서다」 「떡장수 아들의 꿈」 「청운의 뜻 키
웠건만」……. 제목만 훑는데도 시간이 제법 걸렸다. 지금까지 출간된 이
런 종류의 책은 40여종으로 서점측은 특설코너까지 만들 계획이다.

그러나 이 많은 책 중 「위기의 지구」를 쓴 미국의 고어부통령이나 동
북아 혹은 세계 차원의 국가전략에 대해 여러권의 저서를 가진 의 오
마에 겐이치 같은 이나 그런 역저를 찾는 일은 처음부터 포기해야 했다.

입고되는 신간은 대충이라도 본다는 한 관리자는 『도대체 읽어볼 것이
뭐가 있느냐』면서 『실제로 책을 한번 들춰보라』고 말했다.

대개 자신의 지나온 날을 과장을 섞어가며 자랑하는 이른바 자전적 에
세이가 대부분이었고 전문적주제를 다룬다고 해봐야 자신의 「소박한 의견」
을 쏟아놓은 수준에 불과했다. 50대 전반세의 한 정치지망생은 「제2의 삶
을시작하려는 이때 자신을 되돌아보고 정리하는 것은 필자 개인에게는 의
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몸과 마음의 건강 13법」에다 자신의 「하
루의일과」까지 끼워넣어 책을 만들었다. 어떤 유명 정치인은 자신이 받은
편지만으로, 재선에 도전하는 한 의원은 연설문, 질의서 등 자신의 4년간
의 활약상만 모아 책으로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