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들의 슬픈 언약식 (14) $$$$$.
정우씨, 정우씨 하고...
그리고 지금 내 마음 안의 정우씨...
그게 지지난 겨울 당신과 내가 의 어느 산장에서 맺은 우리의 언
약식이 아프게 깨어지던 첫번째의 일이었습니다. 그는 나를 거칠게 사무
실 소파 쪽으로 밀어붙였고, 저는 어쩔 수 없는 힘에 그렇게 밀려 났습니
다.
"제발 그러지 마세요, 제발....".
소파에 쓰러지며 저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보좌관님, 제발...하고.
아아, 소리를 질렀어야 했겠지요. 어떤 식으로든 다른 사람의 도움
을 청했어야 했겠지요. 그러나 나는 어떤 소리도 지르지 못했고, 지른
다 해도 그 소리는 내 목구멍너머에서 나오지 않았을 겁니다.
그 사람이 나를 쓰러뜨린 채 거칠게 네 옷을 벗겼습니다. 아니, 신발
이었습니다. 처음 그가 내 몸에 손을 댔건...변명 같지만 아마 그래서
나는 더 소리를 못 질렀는지 모릅니다.
옷과 신발... 후에도 나는 가끔 그때의 일에 대해 생각합니다. 그가
만약 신발이 아니라 옷부터 손을 댔어도 나는 그렇게 무방비 상태로 있었
을까. 그가 소파에 뒤로 넘어지듯 쓰러진 내게도 다가와 신발을 벗기자
이상하게 시작부터 어떤 무장해제를 당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렇다고
반항하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아니, 나는 그때 아주 격렬하게 반항을
했습니다. 그러나 신발이 벗기던 순간 왜 내 머릿속엔 어쩔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부터 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신발을 벗긴 그는 내 옷을 벗겼
습니다. 나는 그때 치마를 입고 있었습니다. 그곳이 사무실이었는대도
그는 치마를 들추고 내가 입고 있는 속옷에 손을 댔던 것이 아니라, 블라
우스부터 내 옷을 벗겼던 것입니다. 나중에 옷을 다시 입을 때 새삼 내
가 내자신에게 부끄러웠던 것은 그가 벗긴 그 블라우스의 단추가 하나도
상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당신이 사랑하던 내몸은 그의 몸으로 상처
받았는데 반항하는 나를 안고 그가 벗긴 내 옷은 그렇게 너무도 멀쩡했던
것입니다. 아마 나는 겉으로만 격렬했지 그가 내 옷을 벗기는 동안 이미
무엇엔가 체념하고, 그런 일이 있은 다음 그 옷을 다시 입을 잠시후을 생
각했던 것인지 모릅니다. 그는 내 블라우스를 벗겨내고, 치마를 벗겨내
고, 가슴과 아래의 속옷을 벗겨냈습니다. 아아, 그곳이 사무실이었는데
도...
그리고 그도 자신의 몸에서 자신의 옷을 하나하나 떼어내고 내 앞에
섰던 것입니다. 그 8년 전 그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