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자금 세무조사 집중추궁 ***
*** "국세청 정밀조사 없었다" 답변받아내 ***
*** 재판장 질문 꼼꼼...돈변칙 관리 밝혀 ***.

재벌그룹들이 수백억원에 이르는 비자금을 국세청 세무조사를 피해
모으고 관리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그동안 재계의 공공연한 비밀로 치
부되던 이같은 사실이 재벌그룹 책임자의 입으로 공석에서 확인된 것은
드문 일이다.

변호인측의 「이러이런 사실 몰랐지요」 「예」 「이러이런 일 회장님은
몰랐지요」 「예」. 이 사건 공판 내내 계속되던 재벌 피고인들의 천편일
률적인 「입맞춰 부인하기」 전략이 깨진 것은 이같은 문답을 못마땅하게
생각한 김영일재판장의 보충신문 때. 김재판장은 변호인과 검찰의 증인
신문이 끝날 때마다 증인들을 상대로 중요사항을 일일이 확인하고 구체
적인 부분까지 캐물었다.

변호인측 반대신문때 「예」라는 대답만 하면 통과됐던 증인들은 재판
장이 미처 예상치 못한 질문을 연이어 던지자 긴장한 표정을 감추지 못
하고 때때로 말을 얼버무리기도 했다.

첫 대상자는 소병해 삼성카드부회장(54).

『(수백억원에 이르는) 성금 등을 접대비등 경비로 처리한다는
것을국세청도 알고 있지요.』(재판장)

『모르는 경우도 있습니다.』(소씨)

『국세청이 정밀검사를 하면 다 드러나지 않나요.』(재판장)

『금액이 워낙 커 그렇게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소씨)

『큰 덩어리는 다 밝혀질 것 아닙니까.』(재판장)

『방대한 자료와 금액으로 시간이 너무많이 걸려 쉽지 않습니다.』(소씨).

재판장은 10여차례에 걸친 집요한 질문끝에 삼성이 수백억원대에 이르
는 비자금에 대해 국세청의 정밀조사를 받은 적이 없었다는 결론을 이끌
어냈다.

홍관의동부건설 사장도 진땀을 흘리며 일부 질문에는 답변을 하지 못
하는 등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92년10월 노피고인에게 준 20억원을 계열사들이 6억원, 3억
원씩 분배했다면 이 비용도 기밀비등으로 「변칙」처리해야 하지요.』(재판
장).

『….』(홍씨)
『그 사실을 국세청도 다 알고 있지요.』(재판장)
『(당황한듯)…. 모르겠습니다.』(홍씨).

홍씨는 재판장이 『연간 기밀비가 20억원 정도인 동부건설 예산에서 한
꺼번에 20억원을 빼낼수 있느냐』고 묻자 『불가능하다』고 대답, 20억원을
동부제강등 6개사가 분담한 것은 장부정리를 가능케 하기 위해서라는 사
실을 암묵적으로 시인해버렸다. 20억원은 정치자금이며 처음부터 계열사
들이 분담한 것이라고 주장했던 홍씨는 뒤늦게 이를 깨달은 듯 변호인의
2차신문을 통해 진술을 번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