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건되면 개업...암등 불치병 도전" ***
*** 은 거시적...훌륭한 과학 ***
*** 서양중심 문명사 이젠 전환점 ***.
90년3월, 느닷없이 과에 입학했던 김용옥전고려대교수
가 오는 2월26일 졸업한다. 빡빡 깎은 머리에 검은 색 두루마기 차림의
그를 조남준 사회부 부장대우가 만나 학생시절의 이야기와 졸업 후 계
획, 한약분쟁과 및 우리나라의 장래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 과에 입학하게 된 동기를 말씀해 주십시오.
『우리의 전통에 뿌리를 둔 동약철학에서 새로운 이데올로기를 찾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동양철학은 보편적 과학체계가 뒷받침돼 있
지않습니다. 그나마 유일하게 과학적 기틀을 간직하고 있는게 바로 한
의학이라고 봤습니다. 그래서 전 을 통해 동양철학의 과학적 보
편성을 확립하겠다고 생각한 끝에 공부를 시작한 것입니다.』.
-- 의 침, 뜸, 기, 사상의학 등은 모두 서양문화의 산물인 「과
학」과 걸맞지 않다는 느낌이 듭니다만….
『중국의 과학에 관한 저술을 많이 남긴 영국의 과학자 조세핀 니담
은 동양학을 「유사과학(pseudo-science)」이라고 이름지었습니다. 확실
히 서양의 관점에서 볼 때 동양의 과학은 과학이라고 부를 「자격」이 없
을지 모릅니다. 기준이 다르니까요. 서양의학이 미시적인 것에 대한
관찰과 분석에 기초를 두고 있다면, 동양의학은 거시적이고 전체적인
현상에 대한 이해에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동양의학은 훌륭한 과학이
라고 봅니다.』.
-- 미시적인 서양의학과 거시적인 동양의학이 함께 조화를 이룰 수는
없겠습니까.
『물론 둘이 함께 가야 합니다. 서양의학은 인체의 부분 부분에 대
한 놀랄만한 연구업적들을 축적해 놓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체에 대한
통합적인 시각이 결여돼 있습니다. 은 이같이 따로따로 떨어져
있는 연구결과를 하나로 집결할 수 있는 통합적 시야를 제공할 수 있습
니다. 실제로 이같은 통합-조화의 노력이 서양의사들에 의해 시도되고
있습니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은 을 「대체의학」으로 인정하고 있
습니다. 등과 같은 일부 대학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졸업후엔 무엇을 하실 계획입니까.
『여건이 마련되면 개업해서 한방연구센터 같은 것을 운영하며 서양
의학이 불가능하다고 보는 암과 같은 불치병을 치료해볼 생각입니다.
여기서 얻어지는 임상사례들을 토대로 의 보편적 과학체계를 세
우는데 힘을 쏟겠습니다. 또 의학도의 한사람으로서 동서의학을 망라해
인체의 모든 병리적 현상을 집약하는 「의학개론」같은 책을 야심적으로
써 보고 싶습니다.』.
-- 재학중 동료 학생들과 잘 지내셨습니까. 학생들과 함께 미팅도 하
고 놀러도 다녔는지요.
『물론 미팅을 포함해서 대학생들이 하는 것은 모두 다 해 봤습니다.
교수님들과의 관계도 좋았고, 학생들도 저를 「선생님」이라 부르며 깍듯
이 대해줬습니다. 일부에서는 신세대다, 뭐다 해서 걱정도 하지만, 아
직도 우리 젊은이들은 연장자에 대한 대접 등 동양적 미덕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 은 속성상 한학이나 동양철학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보는
데, 동양학 박사인 학생의 입장으로서 교수들의 강의에 대해 어떤 느
낌이 들었습니까.
『학과목의 반 이상이 해부학 생리학 유전학 병리학 등 서양의학 과
목이었어요. 이같은 서양의 의학정보를 정식으로 배울 기회가 있었다는
점에서 매우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자체가 아직 학문적
으로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인지, 논리적으로 안맞는 부분이 적지않았습
니다.』.
-- 요즘 또다시 한약분쟁이 재발하고 있습니다. 한의대생들이 집단 유
급사태에 직면해 있고, 한의대 교수마저도 집단사표를 제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를 어떻게 보십니까.
『의학의 발달에 따라 질병의 양상이 당뇨병, 고혈압, 심장병 등 만
성 내과질환으로 옮겨가고 있고, 그에따라 한의약에 대한 수요가 부쩍
늘어났습니다. 그에 반해서 의료보험의 도입 등 의료환경의 변화로 인
해 약사들의 영역은 줄어들게 됩니다. 여기서 이해가 달라지게 되면서
분쟁이 일어났다고 보여집니다.』.
-- 일류대를 졸업하고 한의대에 재입학하는 사례가 요즘 부쩍 늘고 있
습니다. 김선생이 선도한 책임도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
까.
『서양중심의 문명이 동양중심으로 변해가는 세기적 징표로 이해하
고 싶습니다. 동양은 지난 1세기동안 성실하게 서양을 배워왔습니다.
그 결과,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보자는 거대한 기운이 일고 있습니다.
서양을 흡수한 상태에서 동양을 재창출하자는 인류문명사의 큰 전환점
에서 생기는 현상의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요즘 젊은이들의 동양학에 대한 관심은 어떻습니까.
『물론 제 동년배 가운데는 한학에 조예가 깊은 사람을 찾기는 어렵
습니다. 그러나 30세 전후의 젊은이 가운데 뛰어난 실력자들이 자라나
고 있습니다. 제가 운영하고 있는 「도올서원」이나 또 「지곡서당」 등에
서 보면 한학에 관심을 가진 젊은이가 중국과 보다 오히려 더 많다
고 생각합니다. 매우 고무적인 현상입니다.』.
-- 김선생은 우리 것에 대한 애정이 무척 크신 것 같습니다. 우리가
수천년동안 우리의 것을 지켜온 힘과 정신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저는 우리민족이 대단하다고 말하고 싶진 않습니다. 우리에게 지
금 필요한 것은 과거에 대한 자부심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우리의 인
식, 다시말하면, 21세기를 열어나갈 실력을 길러야한다는 점입니다.』.
-- 실력을 기르기 위해 우리가 반드시 갖춰야할 것은 무엇이라고 보십
니까.
『지금은 옛 문명이 붕괴하고 새 문명이 싹트고 있는 중요한 시기라
고 봅니다. 새로운 문명이 태동하기 위해선 경제적 토대가 갖춰지고 새
로운 정치질서가 세워져야 하며, 교육의 질을 높이는 세가지 요인이 갖
춰져야 합니다. 사람에 따라 훼예포폄이 다르겠습니다만, 전대통
령이 경제적 토대를 마련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또 김영
삼대통령은 「개혁」을 통해 새로운 정치질서를 창조하기 위해 애쓰고 있
습니다. 중요한 것은 교육이지요. 이제부터 우리 민족의 모든 역량을
제대로 된 교육에 집중해야 21세기의 중심국가로 살아남을 수 있습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