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그리움으로 다시 만나 (14) ###.
그는 안타까운 얼굴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녀로선 그때 하
지 못했던 이야기를 지금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녀가 떠난 다음 어쩌면
그런 일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고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건 아니었다.
그러나 그 사람일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그때 그녀는 끝까지 왜
그러는지는 더 이상 묻지 말라고만 말했었다. 여러번 전화를 걸어 내가
싫어졌느냐고 물었을 때에도, 그래서 그런 게 아니라고 그 말만은 울면서
분명하게 했었다. 어쩌면 차마 그녀의 입으로 그 말만은 할 수 없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 사람이 날 좋아했어요. 정우씨는 너무 멀리 있었고..".
"그리고 어느 날 그렇게 되고 말았어요. 그 사람보다 정우씨를 더 사
랑하면서도... 이제와 변명처럼 하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알아".
"그런 다음 어떻게 할 수가 없었어요. 정우씨에게는 늘 내가 너무나
큰 죄를 지은 마음이었구요. 그래서 그 이야기를 할 수 없었어요".
"그래. 그렇지만 그때 이야기를 했다면...".
"마음 속으로는 그러고 싶었어요. 정우씨한테 면회를 갈 때에도 늘
그런 마음이었구요. 그런데 정우씨 얼굴을 보면 어떤 이야기도 할 수 없
었어요".
"그랬다면 우리 헤어지지 않았을 거야".
"알아요. 그래서 정우씨한테 더 이야기할 수 없었는지 몰라요".
그 말을 할 때 그녀의 눈가에 반짝 이슬이 맺혔다. 그는 잠시 그녀
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어 아래 탁자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정말 그때 그
일을 알았다면 그 일로 그녀가 자신을 떠나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때, 왜 그러느냐고, 내 곁을 떠나려 하느냐고 보다 완강하게 붙잡고
다그치지 못한 게 뒤늦은 후회처럼 그를 안타깝게 했다. 떠난 다음 그런
일이 있었던 게 아니었을까 생각했던 게 아니라 그녀가 그 말을 할때 자
신이 먼저 그것을 묻기라도 했다면....".
"나 많이 욕했지요? 미워하고...".
"아니, 그러지 않았어. 떠난 다음에도 늘 승혜가 보고 싶었어".
"괜찮아. 지금 승혜가 행복하면...".
"그래요. 얼마 전까지는...".
"......".
"정우씨가 돌아오기 전까지는요. 아뇨, 정우씨 소식을 알기 전까
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