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은 예금할 때 고객에게 『예금이자를 몇주겠소』하고 약속한다. 이
약속을 어겼다가는 고객이 참을 턱이 없고, 이자를 잘못 계산해도 당장
소송에 걸린다.

최근 이런 약속을 했다가 지키지 않는 투자신탁회사들의 횡포가 말썽이
되고 있다.

투신사들은 「주식형펀드」라는 상품을 고객들에게 팔면서 수익률보장각
서를 써주었다. 더구나 거액을 맡긴 법인고객들에게는 각서를 문서로 써
준반면, 개인고객들에게는 잘해야 보장수익률이 적힌 팸플릿을 제공했다.

특히 아무런 얘기가 없었던 고객에게는 보장각서는커녕 팸플릿조차 주
지 않아 고객을 차별대우했다.

사실 투신사들은 주식형펀드라는 상품을 팔 때 일정수익률을 고객에게
약속해서는 안된다. 고객예금을 받아 주식에 주로 투자하므로 주가가 하
락하면 일정한 수익률은커녕 자칫 원금까지 까먹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
다. 그런데도 국내 투신사들은 경쟁적으로 예금유치활동을 하면서 고객들
에게「보장각서」를 써주었다. 그러고서도 이제는 주가가 떨어져 보장각서
를 지킬 수 없다고 발뺌하고, 정부당국은 「당사자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
라는 입장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번 스캔들과 비슷한 사건이 이웃 에서도 일어났었다. 차이점은
의 경우는 투신사가 아니라, 증권사들이 사고를 일으켰다는 점.

증권사들도 법인고객(기업과 금융기관)의 거액자금을 유치하면서
이들에게 일정률의 투자수익을 보장해주었다가 90년대초 주가가 하락하면
서 약속을 지킬수 없게 됐다.

결국 이 사건으로 회장과 사장, 사장 등 증권업계
를 지탱해온 거물들이 잇따라 퇴임하는 사태로 발전했다. 정부는 노
무라증권 등의 일부 영업을 제한하는 초강경조치를 내렸고, 증권거래법을
개정해 손실보장관행과 특정수익률의 약속행위를 전면금지시켰다.

반면 우리정부는 투신사들의 횡포가 분명히 드러났는데도, 『각서는 법
적 효력이 없으므로 당사자간에 상의해 해결하는 것이 좋겠다』는 입장만
을 표명하고 있다. 일부 투신사는 한술 더떠 『주가가 하락하면 당연히 원
금까지 깨지는 줄 몰랐겠느냐』면서 『악질고객 몇명이 신문사로, 재판소로
다니며 말썽을 일으킨다』고 오히려 역공세를 취하고 있다.

보장각서나 확정수익률이 적힌 선전팸플릿을 손에 쥐고 있는 예금자들
만 이리 뛰고 저리 뛸 뿐, 아무도 해결해줄 생각을 않는 모습이다.

< 송양민·경제과학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