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 장악못해 "종이 호랑이" ####.
에서는 『6년마다 신이 죽는다』는 말이 있다. 6년 단임제 대통령
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만큼 대통령의 권한은 막강하다.
헌법에는 입법-사법-행정 3권이 독립돼 있지만 사실상 대통령은 그 위
에 군림하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향유한다. 그리고 그 권력은 많은 경우
대통령과 측근들이 단임이라는 제한된 기간중 퇴임후의 생활보장을 위해
한몫잡기의 축재수단으로 이용되기 일쑤였다. 세계적 지도자로 평가받던
카를로스 살리나스 데 고르타리 전대통령이 하루아침에 「역적」으로 전락
한 배경이나, 집권 2년째를 맞은 에르네스토 세디요 현대통령의 리더십
문제는 이러한 맥락에서 살펴보아야 한다.
는 미국처럼 연방제를 채택하고 있으며, 각 주는 자체 헌법을
갖고있다. 정식국명도 합중국(Los Estados Unidos de Mexico)이다.
그러나 연방제는 명목에 불과하고, 실질적인 권한은 대부분 대통령이
독점하고 있다. 각료를 비롯한 행정부처 각급 책임자는 물론, 사법부의
골간인 대법원판사 21명과 군 주요 지휘관, 국공영 기업체 사장들의 임면
권이 모두 대통령에게 있다.
입법부인 연방 상-하원이 대통령을 견제해야 하지만 의회역시 대통령
수중에 있다. 1929년 카예스 전대통령에 의해 창당된 이래 67년째 집권중
인 제도혁명당(PRI)이 과반수에 가까운 의석을 확보하고, 1당통치를 위한
거수기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의 정치사는
최고권력자와 그를 둘러싼 PRI 측근, 친인척의 발호로 점철돼 왔다. 후계
자도 전통적으로 전임 대통령이 지명하고, 집권당의 조직력으로 대통령에
당선시킨다. 이에 따라 전직 대통령이 잘못을 저질렀거나 친인척들이 부
정축재를 했다는 의혹이 드러나도 후임자는 옛 「보스」를 보호해주는 것이
불문율이었다.
이런 관행에서 볼 때 살리나스 전대통령의 망명과 부정축재 혐의로 그
의 형 라울이 구속된 것은 사상 초유의 정치적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그
러나 이는 세디요 대통령의 강력한 과거청산 의지와 이를 뒷받침하는 리
더십에서 비롯됐다고 보기 힘들다. 살리나스가 ()
을 발효시키는 업적을 남겼지만, 결과적으로 살리나스의 경제정책은 페소
화 폭락사태와 국민경제의 피폐를 가져왔다. 그 와중에 살리나스의 형 라
울의 부정축재의혹이 제기되면서 난마처럼 얽힌 정치권의 부패고리도 점
차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세디요가 떠안게 됐
다. 하지만 세디요는 취임 직전까지 그러한 정치-경제 난맥상을 알지 못
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을 뿐, 관련자 문책과 과거청산에는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PRI라는 거대한 기득권세력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에 PRI가
내세운 리더는 있어도, 리더십은 없다는 역설적 현실은 이같은 배경에서
비롯된다. 살리나스의 망명도 사실은 그를 재판정에 세우지 않으려는 고
육지책이었다. 현재 살리나스 소환 및 재판회부를 요구하는 여론이 비등
하고 있으나 세디요는 뒷짐만 지고 있다.
여기에는 세디요 개인의 한계도 있다. 1952년 전공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어린시절 구두닦이를 하는 등 가난한 가정형편에도 불구, 미예일
대학에서 경제학박사를 취득했을 정도로 두뇌가 명석하고 성실한 인물이
다. 그후 대통령 경제자문회의 선임연구원, 중앙은행총재 수석보좌관 등
을 거쳐 예산기획부 및 교육부 장관에 이르기까지 20여년간 공직생활을
통해 능력을 인정받았다. 당초 PRI의 대통령후보가 아니었던 그는 94년
3월 루이스 도널도 콜로시오 후보가 선거유세중 피살당함으로써 졸지에
후보로 지명돼 당선됐다. 그러나 PRI후보로서 사상 처음 50에 못미치는
지지율로 당선된 그는 취임 이후에도 주변에 포진시킬 만한 측근들을 확
보하는데 실패할 정도로 무력함을 보여주었다.
이같은 정치력 부족과 카리스마의 결여는 세디요를 PRI라는 기득권세
력에 둘러싸여 그 속에 함몰되는 상황으로 몰아갔다.
세디요 대통령도 나름대로 살리나스 망령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점진적인 정치개혁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경제안정을
통한 사회불안 해소를 최대 정책목표로 삼아 해외투자 유치에 적극 힘써
왔다. 그러나 시행후 기대됐던 투자는 페소화 폭락으로 더욱 줄어
들었다. 살리나스에게 집중되던 경제위기 비난의 화살이 이제는 그에게로
향하고 있다.
국민행동당(PAN), 민주혁명당(PRD) 등 야당세력도 정부의 무능과 부정
부패에 적극 공세를 펴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턴 주지사선거 등 각종 선거
에서 야당들이 압승을 거두기 시작했다. 게다가 PRI는 당내 수구파와 개
혁파간의 갈등으로 내분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세디요정부는 이처럼 정치-경제-사회 곳곳에서 몰아치는 파도에 휩싸
인 난파선 같은 형편이다. 그러나 끝내 살리나스 정권의 부정부패 규명과
PRI 개편을 위한 개혁의 칼은 뽑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경제성장률
이 2∼2.5로 회복되고, 환율도 달러당 7페소선 이하로 낮아지는 등 경제
위기가 다소 완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국불안을 자초, 경제난을 가중시
키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윤희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