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판을 관광하는 한국인이 꼭 들르는 곳이 있다. 한국인 희생자
평화위령탑이다. 2차대전중 일본군에 끌려와 노역에 종사하다 목숨을
잃은 한국인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1980년대에 해외희생동포 추념
사업회가 세운 기념물앞에서 한국 관광객들은 잠시 숙연해진다.

위령탑은 도로변 산자락에 바다를 향해 아늑하게 자리하고 있다.높
이가 거의 20m나 되는 5각 탑신위에 있는 새가 서북쪽으로 멀리 조국
하늘을 향하고 있는 것도 인상적이다. 탑에 쓰인 석재며 시멘트등 모
든 자재가 고국에서 운반돼왔다는게 뜻깊다. 돌사자상이나 탑 뒤쪽에
심어진 붉은 무궁화도 유난히 눈을 끈다.

그렇지만 거기에서 멀지않은 만세절벽에 일본인들이 조성한 평화
공원 시설을 보고서는 영 마음이 편안치 않다. 전몰 일본군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일본 사람들이 조성한 위령 조형물들이 우리것보다 훨
씬 넓은 지역에 걸쳐 정성이 듬뿍 깃들여 아기자기하게 조성되어 있
기 때문이다.

탑이나 비석, 위패들은 물론 심지어 해수 관음상까지 위령의 상징
물은 모두 조성되어 있다. 그리고 그것들이 한결같이 일본의 분위기
와 조형미를 표출하고 있으며 보도와 경계석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마
감처리와 관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한국인들을 부끄럽게 한다.

일본인들은 정부와 기업을 앞세워 이런 위령 조형물을 사이판만이
아니라 팔라우와 티니안 등 여기저기 세우고매년 위령제도 지내고 있
다. 그에 비해 우리는 민간인들이 조성한 초라한 위령탑 외에는 정부
가 나서서 한 일이 없다. 답답한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