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으로 숨진 박종철군 유족에게 국가와 고문경찰관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왔다.

이번 대법 판결은 가족 구성원이 억울한 일을 당했을때 나머지 가
족들이 그 진상을 밝혀내고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는 신원권을 인정한
원심판결을 대법원이 처음 수용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천경송 대법관)는 4일 박군의 아버지 박정기
씨 등 유족들이 국가와 고문경찰관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상고
심에서 이같이 판시, "유족들에게 1억7천5백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박군의 유족들이 박군의 사망 다음날 민.형
사상 문제를 거론하지 않기로 하면서 경찰로부터 받은 9천5백만원은 위로
금이나 조의금으로 봐야하며 이를 손해배상 청구권 포기로 볼 수는 없다"
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강민창 당시 치안본부장 등 경찰간부들이 사건 진상
을 은폐한 행위가 인정되기 때문에 유족들에게 손해배상을 해야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군 유족들은 지난 87년 박군이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물고문
등으로 숨지자 소송을 내 지난 93년 서울고법이 "경찰관들의 진상은폐행
위는 박군 유족들의 신원권을 침해, 정신적 고통을 준 경우에 해당한다"
면서 1억7천5백만원의 배상판결을 내렸으며, 피고측은 이에 불복해 대법
원에 상고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