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그리움으로 다시 만나 (1) //////.

"저어......승혜예요. 아니......새예요".

승혜?.

그는 갑자기 숨이 멎는 듯한 기분이었다.

"저어...".

이어 한참동안 무슨 말을 할 듯 말 듯하다가 메시지가 끊겼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전화기로 손을 가져가 얼른 재생 스톱 버튼을 눌렀다. 그
리곤 혹시 잘못 들은게 아닌가 싶어 방금 전에 들은 메시지의 리턴 버튼을
눌렀다.

"저어......승혜예요. 아니......새예요".

다시 들어도 틀림없는 승혜, 그녀의 목소리였다.

그는 며칠 동안의 여행에서 지금 막 사무실로 돌아와 그동안 자동응답
장치에 입력된 메시지를 듣고 있는 중이었다. 그녀의 메시지는 다섯번째
쯤에 있었다.

승혜가 전화를 했구나. 승혜가...

어쩐지 공항에 내렸을 때 집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보다 사무실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어쩌면 그녀의 메시지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새해 아침, 에서 짐을 쭈려 비행
기를 탔을 때, 어떤 막연한 기분이었긴 하지만 이 기분 그대로 서울로 올
라가면 뭔가 활기찬 한해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번 부탁받은 화장품 회사의 일을 마쳤을 때, 한해가 가고 있었다.
사람들은 들뜬 마음으로 가는 해를 보내고 또 오는 해를 준비했지만, 그는
금방 일을 마치고 났는데도 왠지 쓸쓸한 기분이 되고 말았다. 오래도록
나가 있던 미국에서도 그랬고, 뒤늦게 돌아와 이땅에서 맞는 첫 연말기분
도 그랬다.

그래서 무작정 짐을 꾸려 떠났던 곳이 이었다. 그곳에서 그는
사흘낮과 사흘밤을 보냈다. 돌아가서 해야 할 일들도 생각하고 자신이
지나온 날들도 생각하며 혼자 빈잔에 술을 채우기도 했다.

그런데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날 아침, 창문 커튼을 열었을 때 겨울햇
살과 함께 따뜻하게 자신의 마음 속을 데우는 무엇이 있었다.

"그래, 그게 너의 전화였어. 승혜, 너의...".

그는 다른 메시지를 다 들은 다음 다시 몇번이고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또 듣곤 했다.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할까. 지금은 어디서...

떠난 다음에도 너는 언제나 내 마음 속에 있었는데. 한송이의 가을
민들레로, 그리고 한마리의 작은 새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