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 세계적인 마약 루트의 한 정착역이 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
다. 그런가 하면 서울 거리를 떳떳하게 다니지 못하는 한국인들이 필리
핀의 마닐라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고 한다. 세계화는 그늘진 곳에서까
지 놀랍도록 진행되고 있다.

그들은 대부분이 형사고발 당하고도 용케 경찰에 붙잡히지 않은 사
람들이다. 기소중지된 그들은 몇년만 재주껏 숨어 살면 시효가 만료되
어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은 애당초 출국금지를 당하고
있는 몸들이다. 이치대로 따진다면 국내 어느 공항이나 항구에서도 출
입국관리당국의 감시망을 빠져 나갈 수 없다.

그런 그들이 어떻게 국외로 빠져 나갈 수 있었는지가 풀기 어려운
수수께끼다. 설마 그들이 정식 여권을 갖고 버젓이 공항을 빠져 나갔다
고 보고 싶지는 않다. 그렇다면 대단히 정교한 위조 여권의 제작 판매
망이 국내에서 성업중에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또 필리핀이 그들의
무대가 되는 것은 그곳 출입국 관리가 비교적 허술하기 때문이라는 것
이다.

막상 필리핀의 어느 곳에 도망자가 살고 있는지 알고 있어도 속수무
책이다. 경찰에서는 아쉬운 사람들이 자기돈 들여 직접 가서 범인을 잡
아 국내로 데리고 들어오기 전에는 별 도리가 없다고 말한다. 도망자가
국내에 멀쩡히 있을 때에도 기대하지 못하던 경찰이다. 한국의 현지 공
관도 별 도움이 못된다. 필리핀 경찰의 협조를 받을 수 있는 처지도 아
니다.

법은 죄를 지은 사람에게 벌주기 위해 있다. 또 딱한 사람들을 보호
하기 위해 있다. 그런 법의 그물에 큰 구멍이 뚫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