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보다 관객수...`환전심리' 심각 ###.

언제부터 연극도 돈이 된다는 말이 떠돌기 시작했다. 제작자가 관객
입장수입 만으로 집을 사고 자체 극장을 세우기도 했다. 이런 연극도 돈
이 된다는 사고방식은 사실 우리 연극계의 구조를 엄청나게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연극하면 배고프다는 인식 대신 연극도 돈이 된다는 사
고는 연극인들에게 현실적인 기대심리를 제공하면서 개런티 제도가 정착
되었다. 제작방식 또한 동인제에서 PD시스템으로 전환되는 국면을 맞았
다. 극단은 유명무실해지고 전문 기획제작자가 등장했다. 그러면서 모
든 제작과정은 돈으로 환산되는 풍토를 조성했다. 제작자가 흥하건 망하
건 참여한 연기 스태프 인력은 계약된 개런티를 지급받는 것을 당연시했
다. 제작자는 이런 냉정한 환전심리 속에서 이익을 남기기위해 탤런트와
영화배우를 동원하고 제작비에 버금가는 광고비를 지출하면서 연극을 상
품화했다.

이런 연극의 상품화 바람을 일으킨 진원지가 바로 대학로였다. 대학
로는 한국 연극의 내용적 메카 이전에 연극백화점 같은 역할을 감당해왔
다. 대학로의 중심 관객은 어떤 연극을 보겠다는 결심을 하고 오는 관객
보다 현장에서 백화점상품 고르듯이 자기가 볼 연극을 찾는 입장이 우세
하다. 대학로 간선도로변에 즐비한관객 호객행위는 바로 이런 뜨내기 관
객을 잡기 위한 필사적 경쟁처럼 느껴진다. 연출자가 작품의 질 이전에
관객의 양에 신경을 써야 하는 시대. 이런 연극의 흥행물 인식이 우리
연극의식을 알게 모르게 약화시켰지 않는가 반성해 본다.

작품의 질과 상관없이 관객이 미어터지는 극장 앞에서 의기양양해
하는 연극인과, 관객이 없어 의기소침한 연극인의 표정을 대비해 본다면
지금 우리 연극계가 얼마나 우스꽝스런 흥행의 종속상태인가를 짐작할수
있을 것이다.

이런 연극의 성급한 환전심리는 극단의 동인적 결집력을 와해시키고,
관객이 많이 오고 좋아하면 좋은연극 아니냐는 식의 가치전도 양상을 드
러낸다. 관객이 원하는데 무슨 잡소리냐는 식의 여론은 비평의 객관성과
연극의 예술적 상상력을 침해한다. 그리고 모든것을 돈으로 환산하는 분
위기는 제작경비와 시간의 불충분성을 조장하면서 연극의 수준을 저하시
키는 것이다. 우리 연극의 몰개성적 작품성향과 수준저하는 바로 이런
연극의 성급한 환전심리에서 비롯된 결과일 수도 있다.

물론 연극이 돈이 된다면 더 이상 바랄 일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작
품성 이전에 돈에 신경쓰고 집착하다보면 돈도 예술도 다 놓치는 얼치기
신세로 추락하기 십상인 것이다. 우리 연극이 제대로 발전하려면 지금부
터라도 연극인 스스로가 「예술창조행위로서의 연극」에 대한 자존심을 회
복하는 일이다. 경제적 부국인 미국과 일본의 순수 연극인들 조차 아르
바이트를 해 가며 연극행위를 영위하고 있다. 우리처럼 연극인들이 현실
적 체면을 유지하면서 사는 나라도 드물 것이다. 물론 독일처럼 국가나
공공단체의 지원이 탄탄한 유럽형 문화사회라면 더 할 나위 없이 좋지만,
우리는 아직 그럴 형편이 아닌 것으로 안다.

국가나 공공단체의 지원이 일회성이 아닌 제도적 지원체제를 갖추어
야하는 것도 앞으로의 과제이지만, 연극인들은 왜 연극을 하느냐는 근원
적이고 예술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하는 것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