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여러분! 저는 오늘 이 나라가 지금 과연 어디로 가고 있고
또 어디로 가고자하는지에 대한 믿음을 상실한 채 심히 비통한 마음으로
이자리에 섰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잘 기억하고 계시겠지만 6년 전인 89년 12월15
일당시 대통령과 , , 세 야당 총재의 영수회담
의 결정에 따라 저는 소위 5공 청산 정국의 정치적 종결을 위해 그해 12
월31일 국회의 증언대에 올라 과거 문제의 매듭을 지었습니다.
그러나 이렇듯 이미 정치적으로 완전 종결되었던 사안이 최근 또
다시 제기되어 온 나라가 극도의 혼란과 불안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다시금 문제 제기가 되고있는 일련의 사건에 대한 개별적인 시시
비비는 앞으로 여러 경로를 통해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아 오
늘 이 자리에서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계속해서 되풀이될것이 분명해 보이는 사회적 혼란과 불안에
직면해서 몇가지 말씀을 드리고 이에 대해 현재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김대통령의 명쾌한 설명이있기를 바랍니다.
지난 11월24일 김대통령은 이 땅에 정의와 진실과 법이 살아있는
것을 국민에게 보여주기 위해 5.18 특별법을 만들어 저를 포함한 관련자
들을 내란의 주모자로 의법처리하겠다고 했습니다.
우리 모두가 잘 기억하고 있는 대로 현재의 정권은 제5공화
국의 집권당이던 민정당과 제3공화국의 공화당을 중심으로 한 신민주공화
당, 그리고 야권의 민주당, 3당이 지난 과거사를 모두 포용하는 취지에서
「구국의 일념」이라고까지 표현하며 연합하여 이루어진 것입니다.
저는 대한민국 전임 대통령의 자격으로 김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
해서 격려를 아끼지 않았었고 김대통령이 저를 방문했을 때에는 조언도
했던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취임후 3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에 와서 김대통령은 갑자기
저를 내란의 수괴라 지목하며 과거 역사를 전면 부정하고 있습니다.
만일 제가 국가의 헌정 질서를 문란케 한 범죄자라면이러한 내란
세력과 야합해온 김대통령 자신도 이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순리가 아니겠습니까.
다음으로 현정부의 통치이념과 관련된 문제입니다.
초대 대통령부터 현정부까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인하고
타도와 청산의 대상으로 규정한 것은 좌파 운동권의 일관된 주장이자 운
동방향입니다.
그런데 현정부는 과거 청산을 무리하게 앞세워 정권을 친일
정부로,3공화국, 5공화국, 6공화국은 내란에 의한 범죄집단으로 규정하여
과거모든 정권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있습니다.
현정부의 이념적 투명성을걱정하는 국민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서라도 김대통령은 이번 기회에 자신의 역사관을 분명히 해주기를 기대합
니다.
다음으로는 현재 거론되고 있는 검찰의 재수사와 관련된 문제입
니다.
국민 여러분도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저는 이미 지난 13대 국회의청
문회와 장기간의 검찰 수사 과정을 통해 12·12, 5·17, 5·18 등의사건
과 관련하여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답변을 한 바 있고 검찰도이에
의거하여 적법절차에 따라 수사를 종결한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현재의 검찰은 대통령의 지시 한마디로 이미
종결된 사안에 대한 수사를 재개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검찰의 태도는 더 이상의 진상 규명을 위한 것이라기 보다
는다분히 현 정국의 정치적 필요에 따른 것이라고 보아 저는 검찰의 소환
요구 및 여타의 어떠한 조치에도 협조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다만 검찰이 저에 대한 사법처리를 하고자 한다면 이미 제출되어
있는 자료에 의거하여 진행해 주시기 바랍니다.
대한민국의 법 질서를 존중하기 위해 사법부가 내릴 조치에는 그
것이 어떤 것일지라도 저는 수용하고 따를 것입니다.
끝으로 12.12를 포함한 모든 사건에 대한 책임은 제5공화국을 책
임졌던 저에게 모두 물어주시고 이 일을 계기로 여타의 사람들에게 대한
정치보복적 행위가 없기를 희망합니다.
1995년 12월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