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일상 그대로 옮겨놓은듯...`문명과 자연의 만남' 표현 ###.

양배추와 줄자, 세수 비누조각, 뉴욕 교외 롱 아일랜드 바닷가의
갈매기똥….

재미작가 임충섭씨(54)의 귀국 전시장에는 현재 그가 살고 있는 뉴
욕의 일상이 고스란히 널려있다. 그것들은 마치 타임캡슐처럼 20세기
후반의 지구 어느 한부분을 대변한다.

그러나 단순한 잡동사니들은 아니다. 「임충섭」이란 예술가의 눈으
로 재해석된 사물들은 그의 따뜻한 상상력을 받아 생명을 얻는다. 그
리고 작가는 그것들에 「현대의 화석」이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몇년전부터 작업실을 나와 뉴욕의 거리나 교외를 거니는 것을 좋
아하면서 자연과 문명의 접촉 흔적을 만나는것을 즐기고 있습니다. 남
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것들을 모아 제나름의 영감에 따라 재
구성하고, 기호화하는 게 요즘의 작업 내용입니다. 옛날에는 각종 동-
식물이 땅에 묻혀 화석이 됐지만 수만년 후의 시점에서 20세기 후반의
화석을 발견한다면 결국 그런 것 아니겠어요?』.

임씨는 『먼 미래의 시점에서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시대의 화석을
상상하는 것은 예술가만의 즐거움』이라며 『그런 하찮은 사물들조차 예
술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신나는 일인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그는 이를 또 『물질을 정신화하는 데서 오는 행복』이라고도 말한다.

28일부터 12월19일까지 서울 국제화랑(02-735-8449)에서 열리는
임씨의 4년만의 전시회는 전시장 전체가 하나의 작품이라고 할만하다.

이른바 설치미술의 영역에 속하는 임씨의 이번 작품들은 회화와 조
각, 구상과 추상 등 기존의 장르 벽을 넘나들며 그의 상상의 폭을 과시
한다. 그의 작품들은 벽에 걸리기도 하고 바닥에 뉘어지기도 하며,때론
반쯤 벽과 바닥에 걸치기도 한다. 그러면서 개별 작품들이 하나로 연결
되는 분위기로 유도된다. 그의 상상력이 목표하는 곳은 현대문명과 자
연이 만나는 접점이다.

미대를 졸업하고 도미, 뉴욕 브루클린미술학교 뉴욕대 대학
원 등을 졸업한 임씨는 미국 유수의 갤러리 전시와 메트로폴리탄미술관,
허쉬온미술관 작품 소장 등으로 미국 미술계에서 인정받는 많지않은 한
국미술인 중 한사람. 작가의 주관을 최대한 배제하는 미니멀리즘 계열
로 분류되는 그의 작품들은 절제되고 간결한 조형성속에서도 풍부한 시
적 감수성을 함축하고 있는 것으로 정평있다. 평론가 씨는 『기름
기가 걸러진 투명한 기운이 조선조 선비의 해맑은 정신세계를 보여주는
것 같다』고 말한다. 오랜 미국생활에서 습득한 서양적 조형어법에도 불
구하고 내적으로는 동양의 정신성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는 얘기다.임
씨는 94년 뉴욕 의회 예술기금과 91-92년 메리 월쉬 샤프 예술재단 「스
페이스 프로그램」상을 수상했다.

한편 12월 4일 오후 2시30분 전시장에서는 미술사가 강태희씨의 「삶
의 원형적 공간:임충섭의 작품세계」를 주제로 한 특별강연이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