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째로 접어든 씨 비자금사건은 관가 분위기에도 적지않은 영
향을 미치고 있다. 그 파장은 허탈, 무기력감, 자성론 등이 뒤엉킨 복잡
한 양상이어서 한마디로 잘라 말하기 어렵다. 다만 총리실측은 사건 초기
공직사회의 이완 가능성을 우려, 촉각을 곤두세웠으나 최근 서서히 충격
에서 벗어나 안정을 되찾고 있다고 말한다.
총리실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퇴임후 몇천억원을 챙겼다는 사실은
1%의 월급인상도 까다로운 공무원들에게는 정말 실망스러울 얘기』라며
『한때는 일손이 잡히지 않았었다』고 털어놨다. 다른 정부부처 관계자도
『이제는 차츰 분위기가 원상회복되고 있지만, 한번 상처를 입은 공무원들
에게는 앞으로가 더 문제일 것』이라며 이 사건이 공직사회에 미칠 영향을
우려했다. 한 고위공직자는 『노씨의 정권을 거들었던 공무원들도 모두 반
성해야 할 일』이라며 『계속 공직생활을 해야하는지 회의가 들기도 했다』
며 자괴섞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같은 분위기를 감지한 정부고위층에서는 복무자세 확립을 위한 각
종 지시를 시달하는 등 분위기를 잡기 위해 애써왔다. 총리는 지난
10일 국무회의때 이를 언급한 것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3∼4차례 잇따라
공직사회 분위기쇄신을 강조했다. 이총리는 23일 총리실 확대간부회의때
는 연말연시가 가까워오는 만큼 공직자들이 마음을 가다듬어 개혁작업의
성과를 잘 마무리하고 내년도 개혁작업을 위해 적극 나서줄 것도 당부했
다.
경제부처쪽에서는 이석채재경원차관이 대통령의 APEC출국전 경
제부처 간부들을 상대로 골프금지 등의 방침을 전달하고, 복무자세를 가
다듬으라고 말했다.
정작 감찰을 맡은 정부관계자들도 상부지시에 따라 복무감찰을 하겠지
만, 과거처럼 징계위주로 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었다. 가급적 공무원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위해 징계등 인사처분을 위한 적발식 점검보다는
지도 위주로 실시했다. 총무처는 6개조로 복무감찰반을 구성해 각 부처별
로 복무실태를 조사하도록 하면서도 해당 부처공무원들과의 직접적 대면
을 피하고, 인사과등을 통한 자료수집과 점검에 주력했다. 출근점검때도
과거처럼 지각자의 명단을 청사현관에서 작성하기 보다는 예정보다 늦은
출근자가 몇명이나 되는지를 멀리서 확인하는 선에서 그쳤다. 점검결과에
서도 특이사항은 별로 없었다고 한다.
정부관계자들은 정권출범초기 사정 작업이 한창이던 때와는 달리, 「내
부동요」는 발견되지 않으나 공직사회의 상처받은 심리 등을 치유하는 일
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