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용 아내의 슬픔 (7) $$$$$$.
희경은 문 앞에서 청년과 목례를 하고 헤어졌다. 집안에 들어서자 태
식은 거실 소파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다가 그녀를 한 번 힐끈 바라 보
았다. 그녀가 밤에 나갔는데도 걱정을 한 기색도 아니었고 기다린 기색
도 아니었다. 언젠가 그녀가 밤에 나갔을 때, 아파트 놀이터를 헤매고
다니던 태식은 이제 영영 사라져 버렸나보다.
그녀는 기분을 풀려고 맥주를 사온 것이 은근히 부아가 났다. 사실은
먼저 태식에게 가서 사과를 하고 싶어지만 자존심이 상했다. 희경은 식탁
에 앉아 맥주를 마시고 태식은 소파에 앉아 TV화면에 각자 눈을 고정시키
고 있었다. 마치 누가 먼저 사과를 할 것인가 내기를 하는 것 같았다.
희경은 맥주를 마시면서 태식을 살폈다.
화면은 보니 비디오를 틀었는지, 선정적인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그
녀는 전혀 흥분을 느낄 수 없었다. 그런 장면을 보고 흥분을 하는 것은
남자들의 몫이었다.
그녀는 사태가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이상하게 태식은 그런
비디오를 보다가 사과를 하기를 잘했다. 그사과는 정말 미안해서라기 보
다 순간적으로 그녀를 안아 보려는 이기심이라는 것을 잘 알았다.
어쨌든 태식이 그녀의 화난 마음을 돌이켜 보려고 노력한다는 자체만
으로 희경은 손상된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었다. 희경은 가능하면 선정
적인 자세로 술잔을 기울였다. 식탁에 앉아 타락한 여인같은 몸짓을 했
다.
TV를 보던 태식이 일어났다. 흥, 그럼 그렇지. 그녀는 눈을 약간 감
고 그가 다가오는 것을 상상했다. 다가와서 날 끌어 안겠지. 어쨌든 좋
아. 순간적으로 동해서 그렇든 어떻든. 하지만 한참이 지나도 그는 희경
에게 다가오지 않았다.
그녀는 눈을 살며시 떴다. 태식은 어느 새 침실에 들어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그녀느 혼자서 흥분하는 화면속의 남자를 보았다. 그는 마악 절
정을 향해서 달려가고 있었다. 희경은 금방 기분이 이상해졌다. 그런
장면을 보고서도 자신을 향해서 달려들지 않는 남편을보자 더 이상 자신
이 그를 도발하지 않은데에 절망감을 느꼈다.
`내가 먼저 안아버릴까? 아냐'.
희경은 곧 도리질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