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각-정치권-언론에 강한 메시지 ###
### 일의 대북수교 3원칙도 끌어내 ###.

대통령은 18일 무라야마 도미이치 일본 총리, 반한 태국 총리
와 잇따라 개별 정상회담을 가졌다. 김대통령은 19일에는 오전과 오후
에 걸쳐 진행되는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앨 고어 미국 부통령을
접견하는 것으로 오사카 일정을 끝마친다.

김대통령의 이번 일정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끈 대목은 역시 한-일 정
상회담이었다.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도 주목거리였으나,
의 불참으로 성사되지 못했다. 19일의 정상회의는 우선 17
일 각료회의에서 채택된 무역-투자 자유화 「실천 지침(Action Agenda)」
을 추인하는데, 이는 사실상 요식적 절차다.

한일정상회담의 량대 의제는 ▲과거사 문제와 ▲일본의 대북한 관계
였다. 김대통령은 이 문제들에 관해 「하고싶은 말을 직선적으로 다표
현」했다. 민감한 이 현안들에 대해 외교적 용어 대신 정부 최고 책임자
로서의 솔직한 입장을 밝힌 것이다. 가령 『일본이 돈만으로는 세계의
존경을 받을 수 없다』 『일본은 대북 쌀지원 때 북한에게 말려들었다』
『결과적으로 남북통일을 방해하는 인상』 등이 그런 예다. 김대통령은
이런 언급을 통해, 통상적인 외교 채널로 전달된 우리 정부의 입장과는
달리 일본 내각 전체와 정치권 전반, 언론 등에까지 강한 메시지를 던
지려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에토 망언으로 재연된 과거사 문제 시비는 에토의 장관직 사
퇴와 무라야마 총리가 김대통령에게 보낸 친서, 그리고 이날의 한-일
정상회담 등을 통해 일단 봉합된 채 「올바른 역사 인식」을 위한 「양국
간의 장기적 노력」으로 넘어갔다. 그러나 김대통령은 일본의 대북한 정
책도 역시 과거사 문제와 같은 맥락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일본이 지난
날의 한반도 식민지배에 대한 잘못과 거기서 비롯된 한반도 분단 사태
에 일말의 책임을 인식한다면 대북한 정책도 궁극적으로 한반도 통일에
도움이 되도록 추진해야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에 관해 무라야마 총리는 대북수교 3원칙을 천명했다. 그 자신이
나 일본 정부가 「3원칙」이란 표현을 쓴 것은 아니지만, 일본 정부의 최
고수반이 직접 분명한 말로써 밝힌 정책적 원칙이란 점에서 그런 호칭
이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3원칙의 내용은 일본의 기존 대북한 정책에
비해 근본적으로 새롭거나 다른 내용은 아니다.

그러나 가령 북한과 수교할 때까지는 대북 쌀지원 등 경제적 지원은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대목 같은 것은 눈길을 끈다. 「일본이 북한에게
놀아났다」는 김대통령의 문제 제기를 사실상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김대통령이 일본측으로부터 이같은 약속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은,
장차 한반도가 「한국의 주도로」 통일될 것이라는 확고한 자신감을 우리
가 갖고 있고 일본도 이 점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을 것
이다. 남은 문제는 일본이 앞으로 대북수교협상을 추진하면서 이같은
3원칙을 어김없이 실천하는 일이다.

19일의 정상회의는 「실천 지침」 추인 외에 몇가지 세부 사항도
다룰 예정인데, 이를테면 역내 기업인들의 왕래를 편리하게 할 「
기업인 여행 카드」의 도입 여부 등은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채택될 「실천 지침」에서는 특히 농업시장 개방에 관해 국
가별로 융통성을 인정하는 근거가 되는 표현이 반영됨으로써, 한국과
일본등이 외교적 승리를 거둔 것으로 평가되는 반면에 미국 언론 등은
「모호한 합의」라는 식의 우려를 제기하고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