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일본에선 개인 돈을 털어 자신이 경영하던 회사에 거액의 손해
배상을 해야하는 「불우한」 처지의 경영인 얘기가 화제가 되고 있다.

하자마사라면 일본 안에서 꽤 이름있는 종합건설회사. 몇년전 이 회
사의 경영진은 정부발주 공사를 따내려고 센다이(선대)시장 등에게 수천
만엔의 뇌물을 뿌렸다. 그러나 이 사실은 곧 발각됐고 회장과 사장,
상무 등 관련 경영진은 뇌물공여죄로 법정에 서게 됐다. 물론 회사에서
도 목이 잘렸다. 여기까지라면 흔히 있을 수 있는 얘기.

하지만 하지마의 소액주주들은 형사재판이 채 끝나기도 전에 3명의
경영인을 상대로 별도의 민사소송을 각각 제기했다. 뇌물은 결국 회사돈
을 빼돌린 것이고, 그만큼 회사에 손해를 입혔으므로 같은 액수를 배상
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 계속된 법정 공방에서 경영진측은 『회사를 위해
서였을 뿐』이라고 회사를 살리려고 뇌물을 주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법원은 소액주주쪽 손을 들어주었다. 당시 상무에게 『1천4백만엔의 뇌물
액 만큼을 회사에 배상하라』고 판결한 것. 기가 꺾인 사장은 판결이 나
오기도 전에 『뇌물액 3천만엔을 개인돈으로 배상하겠다』고 백기를 들었
다.

경영권을 마음껏 휘두르던 경영진과 대주주에 맞선 소액주주들의 도
전이 소액주주측 완승으로 끝난 셈.

하자마사건으로 기세를 올린 일본 각 회사의 소액주주들은 잇달아
경영진-대주주에 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건설업체 가지마(록도)사의
소액주주 두사람은 5억엔을 회사에 손해배상하라는 소송을 대주주와 임
원 2명을 상대로 제기했다.

오바야시구미나 다이세건설 같은 회사의 오너-임원들도 마찬가지 운
명에 처해있다. 『뇌물을 써도 좋다. 이익만 많이 내달라』며 눈감아주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일본만해도 회장이나 총수, 나아가 회사에 충성을
다하려고 뇌물을 쓰다가는 소액 주주들에게 당하는 세상이 된 것.

그러나 한국의 경우 경영현장에서 소액 주주들의 권리란 무시당하기
일쑤다. 소액주주 집단소송의 길은 있지만, 절차가 복잡하고 돈이 엄청
나게 많이 든다. 총 2천4백억원의 회사돈을 뇌물로 갖다바친 30대 재벌
오너들을 상대로 보통시민인 소액주주들이 경영책임을 묻고 싶겠지만,
실질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오너 1인지배에 꼼짝 못하고 눌려있던 소액주주들이 「총수의 횡포」
에 대항할 수 있도록 관련 법률을 하루빨리 개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