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대검에 재소환된 전대통령은 지난 1일 1차 소환때보다
담담한 표정이었다. 기자들의 질문엔 일체 답하지 않았으나 어느 정도
마음의 정리를 한 것 같았다.

< 도착 순간 >

오후 2시48분쯤 대검 청사 정문쪽에서 사이렌 소리가 울린 후 노씨
가 탄서울 2프2979 뉴그랜저 승용차가 경호원 차량 3대와 함께 도착했
다. 노씨는 경호원이 문을 열어주자 약간 긴장된 듯한 표정으로 좌
우를 가볍게 살폈다. 노씨는 카메라 플래시가 잇달아 터지자 이가 약간
보일 정도로 미소를 잠시 짓고는 곧 바로 현관 입구로 향했다.

회전문앞에서 마중나온 윤주천 대검 사무국장과 악수를 나눈 노씨는
김유후 전 사정수석, 윤사무국장의 안내를 받으며 1층 로비로 들어섰다.

노씨는 『지금 심경이 어떠십니까』 『구속될 각오는 돼 있습니까』 『대
선자금은 밝힐 생각입니까』등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노씨는 빠른 걸음으로 귀빈용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노
씨는 어색한 웃음을 짓기도 하고 눈을 지그시 감기도 했다. 모든 것을
체념한 듯한 표정이었다. 청사 현관 도착부터 엘리베이터 탑승까지 15
초가채 걸리지 않았다.

이에 앞서 20분전 경호원들과 함께 청사에 도착한 김 전사정수석은
『소명자료를 가져왔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한 뒤 곧
바로 청사안으로 들어와 노씨가 도착할 때까지 1층 로비에서 기다렸다.

< 중수부장실 >

중수부장실에 도착한 노씨는 1차 소환때와 마찬가지로 이정수수사기
획관,김 전사정수석과 8분여동안 대추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눴다. 김변
호사의 감기가 잠시 화제에 올랐다. 먼저 노씨가 『나때문에 여러분들을
고생 많이 시키고 있습니다』라고 말하자, 안강민중수부장은 『건강은 괜
찮으십니까. 그동안 마음 고생이 많으셨겠지요』라고 물었다. 노씨는
『건강이 조금 좋지 않았는데 약도 먹고 해서 이제 괜찮다』고 말했다.

안중수부장이 『조사실 시설이 좋지 않으니 불편한 점이 있으면 말해
달라』고 하자, 노씨는 『고맙다』고 답했다. 안중수부장은 이어 본론으로
들어가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의혹이 너무 많다』며 『이번 기회에 모든
의혹을 해소시켜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씨는 1차 소환때와
마찬가지로 『너무 여론이 원하는대로 맞춰 하다 보면 나라가 불행해지
는 경우도 있다』며 핵심을 비껴 나갔다. 노씨는 중수부장실을 나와 11
층 특수조사실로 갔다.

< 대검 표정 >

검찰은 이날도 오전 11시부터 취재진들을 비롯한 일반인들의 청사
본관 출입을 통제했다. 포토라인도 재정비됐고 카메라기자 4명과 각사
1명씩의 취재기자들만 1층 로비 출입을 허용했다.

검찰은 청원경찰과 방호원들은 물론, 일반직원 50여명을 대검 청사
입구와 엘리베이터, 1층 로비, 본관앞 등에 배치했다. 경찰도 10개 중
대 1천여명을 청사 안팎에 배치, 출입자를 통제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 연희동 출발 >

오후 2시반 노씨가 탄 승용차가 연희동 자택을 출발하면서 보도진이
탑승한 차량 20여대가 뒤를 따라 이 일대에서는 때아닌 추격전이 연출
됐다. 노씨의 경호원들이 추격을 방해하면서 모 방송국 카메라맨이 탄
오토바이가 넘어지는가 하면 신문사 차량끼리 추돌하는등 사고도 속출.

노씨의 차량은 서대문구청 서교로터리 성산대교 북단 강변도로 잠
수대교를 거쳐 18분만인 오후 2시48분 대검청사에 도착. 경찰은 노씨의
차량이 지나갈때마다 인근 교통을 통제했다.

< 연희동 표정 >

노씨 소환이 알려지면서 그간 썰렁했던 노씨 집 주위에는 오전 10시
가 넘어서면서 내외신 취재 기자 1백여명이 몰려왔다. 경찰은 서대문경
찰서에 추가 병력 배치를 요구하는 등 분주한 움직임을 보였다.

경호원들은 오전 8시30분부터 이례적으로 취재진들에게 지난 1일의
1차 소환때처럼 포토라인 뒤로 물러서 줄 것을 요구했다가 취소하는 등
우왕좌왕했다.

이날 아침부터 연희동 일대에는 1백여명의 구경꾼들이 몰려들었다.
노씨가 속한 2통8반 통장 박희선씨(46)는 『시원섭섭하지만 인간적으론
안됐다』고 말했지만 대부분의 시민들은 『죄값을 치러야 하는 것 아니냐』
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