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냐 한국화된 냐.
국립극단의 「리챠드 3세」와 극단 목화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국립극
장 대극장과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에서 10일 동시에 무대에 올라 관객
들의 심판을 기다린다. 두 편 모두 영국의 대문호 의 작품이
지만 연기방식과 대사, 배경 등 많은 부분에서 양극을 이룰 정도로 차이
가 크다.
먼저 국립극단이 국내 초연으로 준비하는 「리챠드 3세」. 15세기를 배
경으로 하는 웅장한 무대스케일, 미묘한 정치적인 이유 등으로 지금까지
공연이 힘들었던 작품이다. 권력찬탈을 둘러싼 인간군상들의 상승과 몰
락의 과정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이 작품은 권력찬탈자의 비참한 말로가
인과응보의 원칙에 따라 그려진다. 연극만의 재미와 함께 국
립극단의 탄탄한 중견배우들이 힘이 넘치는 무대로 꾸민다. 최근 사회를
어지럽히고 있는 전직 대통령의 부정축재사건에서 보는 것처럼 수백년전
에 그려진 「리챠드 3세」에도 돌고 도는 운명의 수레바퀴를 느낄 수 있다.
연출은 영국연수를 통해 시대극의 진수를 만끽한 김철리가 맡았고,
무대미술은 김준섭, 의상은 정경희씨가 담당했다. 타이틀 롤은 「피고지
고 피고지고」를 통해 백상예술대상 최우수 남자연기상을 수상했던 오영
수, 리챠드가 왕위를 차지하는 과정에서 모사꾼으로 결정적인 역할을 하
는 버킹햄공작은 이문수, 역사의 소용돌이속에서 쓰러져 가는 앤역은 권
복순, 저주와 복수의 화신 마가렛왕비를 이승옥, 요크가와 랭카스터가의
결합에 큰 영향을 미친 엘리자베스 왕비역은 손봉숙, 동생에 의해 죽임
을 당하는 클라렌스공작역을 권성덕단장이 맡는다. 17일까지 평일 오후
7시, 토-일 오후4시. 02(274)1151∼8.
「리챠드 3세」가 리얼리즘에 입각한 정통극이라면 「로미오와 줄리엣」은
오태석 특유의 형식파괴가 돋보이는 작품. 예술의 전당이 지난 6월부터
기획해온 「세계명작가 시리즈」 첫 주제인 의 마지막을 장식하
게 된다. 호암아트홀 공연을 통해 신세대 로미오와 줄리엣을 탄생시켰던
오태석은 자유소극장 무대에 맞춰 세트를 새로 만드는 등 대폭적인 손질
을 가했다.
좌우관객들의 상상력을 한껏 끌어내려는 오태석의 시도가 어떻게 빛을
발할지 궁금해진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가장 큰 특징은 편안한 대사와
딱딱하지 않은 자연스런 연기방식. 문어체의 투박스런 대사를 모두 구어
체로 고쳐 편안하게 만들었고, 줄리엣역의 주다정은 첫 무대답지 않은
당돌함과 당당함으로 객석을 압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원작과 다르게
끝맺음을 해낸 오태석의 새로운 해석도 관객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
할 것으로 보인다. 로미오 이명호, 줄리엣은 주다정 등 신예들이 맡았고,
극단 목화가 자랑하는 정진각 김병옥 홍원기 등이 총출동한다. 12월9일
까지. 평일 오후7시30분, 토 오후4-7시, 일 오후4시(월요일 공연없음),
02(580)18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