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한 TV 공개토론에서 어느 출연자는 묘한 재벌의 논리를 전개해
시청자를 어리둥절하게 했다. 『이익을 위해 재물을 주는건 뇌물이지만 불
이익을 막기 위해 주는 것은 뇌물이 아니다』 라는 것이다.
말은 그럴듯하다. 막강한 권세로 위협하는 마당에 기업 보호를 위해
돈을 갖다 주는건 「정당방위」적 행동이 아니겠느냐는 동정을 유도하려는
의도다. 그렇지만 우리 서민들 눈으로 보면 재벌의 몸은 너무 크고 우악
스러울 뿐더러 그들이 돈을 주고 그 대가로 받아온 이익 또한 너무 커 도
무지 그런 말이 미덥지 않다.
국민회의 의원은 어제 『 총재가 로태우씨로부터 20억원
을 받은건 그를 안심시켜 중립내각의 소임을 다하도록 하려던 신거전략상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희한한 논리를 폈다. 궁지에 몰린 「주군」을 어떻
게든 구해 보려는 「가신」의 충정이야 이해못할 바는 아니지만, 고작 개발
해낸 「신정당방위」식 논리가 너무 교만해 어처구니 없다.
한의원은 더 나아가 『 선생이 독립운동을 할 때 국내서 모금한 자
금중 친일파의 돈도 있었다』고 말을 이었다. 선생의 「거룩한 이름」
까지 끌어 들여야 하는 우리 정치 현실의 궁색함이 적이 딱하기도 하지만
이 판에 저 세상의 선생이 황당함을 금치 못했을 것 같다.
어떤 친일파가 독립운동 자금을 내놓았는지도 모르는데 선생자신
이 누구인지 알고 직접 받은 것도 아닌 그 돈이 반세기가 훨씬 지난 요즈
음 「독립운동」 의 발뒤꿈치도 못따라 가는 행위들의 방패막이로 이용당하
는 모습에서 차라리 연민을 느낀다.